상반기 10조4200억… 1인 169만원
작년보다 11% 증가 매년 오름폭 경신
치매 등 신경계 진료비가 상승 주도
전체 의료비 증가 속도도 OECD 1위
올 상반기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급증하면서 전년 동기대비 1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의료비 지출은 10년 연속해 최고치를 경신,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도 따라 커지고 있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는 28조6,99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6% 증가했다. 진료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약국 진료비(23.0%)는 6조5,886억원으로 4.9% 증가했고,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의원급 병원과 병원급 병원의 진료비는 각각 6조150억원과 4조8,415억원으로 5.8%, 9.9%씩 늘어났다.
이 같은 진료비 증가는 고령층의 진료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진료비는 10조4,252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6.3%나 차지했다. 노인 인구가 건강보험 적용인구의 12.2%(615만명)에 불과하다. 노인의 1인당 진료비의 경우 169만5,700원으로, 전체 평균 1인당 진료비(56만8,800원)보다 113만원 가량 많았다. 평균보다 약 3배 정도 진료비를 더 쓴다는 의미다.
노인인구 진료비의 증가율은 시간이 갈수록 급해지고 있는데, 이번 역시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11.1%를 기록했다. 증가율은 2010년 7.6%였으나 2011년 8.1%, 2012년 9.3%에서 지난해 10.4%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전체 진료비도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세를 보여 2011년 46조76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4조5,275억원까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노인 진료비 가운데서도 치매와 같이 비용부담이 큰 질병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입원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치매로 인한 입원 진료비는 매년 20~30%씩 급증하고 있다.
신일호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운영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노인의료비 심포지엄에서 “노인 질환 가운데 정신 및 행동장애와 신경계통 등 일부 질환의 진료비 증가율이 연 20%수준으로, 진료비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노인들의 뇌기능과 근력 저하를 막기 위해 사회적 활동을 늘려주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준 연세대 유럽 사회문화연구소 교수도 “유럽 등에서는 노인들의 학습과 휴식 공간인 ‘알츠존’을 운영해 뇌기능 및 근력 저하를 막는데 힘쓰고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전국에 알츠존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노인들의 활동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면 발병을 줄여 보험료 부담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증가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건강 통계 2015’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7.2%로, OECD국가(평균 2.0%) 가운데 가장 높았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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