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에 정치 편향 인사들을 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EBS 이사도 정권 우호적인 인사들을 후보로 선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는 3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극우 역사관을 가졌거나 박근혜 정부를 대놓고 지지한 인사 등을 EBS 이사로 선임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공추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21일 EBS 이사회 지원자 48명 중 37명을 후보자로 선정했는데, 공추위가 ‘부적격 인사’로 거론한 구종상 동서대 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이미 이사로 내정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친박 외곽조직인 포럼부산비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구 교수는 방통심의위 재직 당시인 2012년 11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뉴라이트 계열의 조 대표는 6월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EBS, 누구를 위한 교육방송인가’ 토론회에서 “EBS의 ‘다큐프라임’ 등 일부 내용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거나, 6월 한 보수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EBS 강성 노조가 정부가 임명한 사장이나 이사진들에 대해 불신임 투표로 업무를 방해했다. 이는 EBS의 편파적 방송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EBS에 상당히 우려할 만한 시각을 보여왔다.
EBS 이사였다가 술자리에서 동료 이사와 몸싸움을 벌여 불명예 퇴진한 안 회장은 ‘셀프 추천’으로 이번에 다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EBS 이사회는 여당 5명, 야당 2명, 교육부 및 교원단체(교총)에서 1명씩 추천하는데 추천권자인 안 회장이 자신을 추천했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KBS와 MBC 방문진에 대해서도 이인호 이사장과 차기환 이사(이상 KBS), 고영주 이사장과 김광동 김원배 이사(이상 방문진) 등 내정설이 돌았던 인사들을 어김없이 이사로 선임했었던 전력이 있어 이번에도 논란의 인물들이 EBS 이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않다. 홍정배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EBS마저 이념과 이데올로기, 역사 논쟁의 싸움터로 만들려는 박근혜 정권 하수인들은 EBS에 한 발짝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도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청와대 낙하산 이사들을 공영방송 이사회에 앉히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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