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대세로 떠오른 외식사업가 백종원, 가수 자이언티와 밴드 혁오의 리더 오혁이 개그 프로그램을 휘어잡고 있다. 이들이 실제로 출연하지는 않지만 똑같이 분장을 하거나 성대모사를 하는 개그맨들을 통해서다.
일요일인 30일 밤 안방극장은 요새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TV 스타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백주부 TV’에 개그맨 이정수가 뽀글거리는 퍼머를 한 백종원으로, 개그우먼 홍윤화는 작은 눈매를 강조하고는 요리연구가 이혜정으로 변신했다. 이정수는 딱 백종원 ‘복제인간’이었다. 그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종원의 별명인 슈가보이를 표방해 시종일관 설탕을 들고 있는가 하면, “그럴싸 하쥬?” “당 떨어졌슈” “그럼유” 등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똑같이 구사했다. 홍윤화도 “얼~마나 맛있게요?” 등 이혜정 특유의 말투를 살려냈다. 이날 처음 공개된 ‘백주부 TV’는 7.5%(이하 닐슨코리아)의 높은 코너 시청률을 보였다. ‘웃찾사’의 전체 시청률 6%를 웃도는 수치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는 MBC ‘무한도전’에서 인기를 얻은 오혁과 자이언티의 분신들이 시청자들을 쓰러지게 만들었다. ‘아이러브 뺀드’ 코너에서 개그맨 정현수가 자이언티를 패러디한 자이안티로, 안영미는 김혜수를 흉내낸 김회수로 변신했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중고&나라’ 코너에서 민머리에 양쪽 눈썹을 V자로 그려넣고 오혁으로 분했다. 그는 지난 5주간 마이클 조던, 스눕 독, 통 아저씨, 게임 캐릭터로 변신의 변신을 거듭했다. 가히 패러디 쇼의 붐이라고 할 만하다.
한동안 개그계에서는 유명인사나 인기스타들의 성대모사 개그를 꺼렸다. 패러디 개그는 수명이 짧고, 개그맨들의 이미지 변신도 힘들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 쇼에서 패러디 개그가 먹히는 것은 자명하다. 박나래는 “(현장에서 지켜보는 관객들은) 5~6분의 코너조차 지루해 하는 이들이 많고, 이런 객석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며 “하지만 분장이나 성대모사를 통한 유명인 패러디는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KBS2 ‘개그콘서트’의 ‘리액션 야구단’이나 ‘백주부 TV’ ‘아이러브 뺀드’ 등은 한 무리의 개그맨들이 경쟁적으로 패러디 쇼를 벌인다. ‘개그콘서트’의 한 관계자는 “‘리액션 야구단’의 경우 무려 20여명의 개그맨들이 총출동해 신인 개그맨들의 개인기 무대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짧은 유행 주기가 다시 패러디 개그의 차례로 돌아왔다는 의견도 있다. ‘코미디 빅리그’ 제작진은 “대중의 취향이 빨리 변해 1년 이상 장수하는 코너도 사라지는 추세라 다시 패러디 개그가 등장한다”며 “스타들을 신선하게 빗대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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