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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유틸리티' 시대,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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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유틸리티' 시대,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15.08.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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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유틸리티 플레이어(utility player).' 2개 이상 포지션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를 지칭한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유틸리티 선수는 활동 폭이 넓지는 않았다. 내야 전 포지션을 맡거나 외야수를 뛰면서 수비 반경이 좁은 1루수를 맡는 식이었다.

최근 프로야구는 기존 유틸리티를 넘는 '슈퍼 유틸리티 선수'가 뜨고 있다. 대표 주자는 구자욱(22ㆍ삼성)이다. 구자욱은 내야와 외야를 넘나들며 총 5개의 포지션에서 뛰었다. 1루수로 가장 많은 276타석에 섰고 우익수 93타석, 3루수 36타석, 중견수 28타석, 좌익수 9타석으로 뒤를 이었다.

SK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32)도 마찬가지다. 원래 외야수인 그는 우익수로 273타석에 들어서면서 1루수와 3루수로 각각 64타석, 43타석을 소화했다. 한화 외야수 제이크 폭스(34)는 지난달 26일 삼성전에서 깜짝 포수로 나선 이후 28, 29일 2경기 연속 선발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슈퍼 유틸리티 선수가 등장한 이유는 팀 상황과 맞물린다. 신예 구자욱은 시즌 초반 주전 1루수 채태인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중견수 박해민의 부진, 우익수 박한이와 3루수 박석민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빈 자리가 생기는 곳마다 공백을 메웠다.

사실 구자욱은 타격에 특화된 선수다. 8월31일 현재 112경기에서 타율 0.341, 11홈런 55타점으로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다. 1군 첫 해 최다인 23경기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수비는 어느 한 곳에 정착을 못하다 보니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실책은 12개(최다 공동 12위)다.

브라운 역시 우익수로 주로 뛰다 팀의 급한 불을 끄기 위에 내야로 자주 옮겼다. 1루수 박정권이 슬럼프에 빠져 2군에 내려갈 때는 어김 없이 1루수 미트를 꼈다. 또 후반기에는 3루수 최정이 발목 부상으로 빠지자 그 자리로 갔다. 브라운은 메이저리그 시절 3루수로 뛴 적이 없고 마이너리그에서는 2011년 이후 3년간 2차례 맡았다. 브라운의 3루수 기용은 SK의 궁여지책이었지만 우려와 달리 기대 이상의 3루 수비를 선보였다.

폭스 또한 정범모가 지난달 27일 1군 엔트리에서 빠져 남은 포수는 조인성 밖에 없는 팀 상황상 갑작스럽게 마스크를 썼다. 투수 리드는 비교적 잘했으나 한계도 동시에 드러냈다. 미국에서 최근까지 내야수로 주로 뛴 탓에 28일 NC전에서 패스트볼과 실책성 플레이를 저지르며 경기 중 교체됐다.

슈퍼 유틸리티 선수의 탄생은 그만큼 국내 프로야구단의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감독 입장에서는 고마운 존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내•외야를 넘나드는 서동욱에게 포수 훈련까지 지시하면서 "팀 전력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수 한 명으로 인해 전 포지션에 경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도 꼽았다.

반면 선수 입장에서는 한 자리를 확실히 잡지 못하면 혼선이 생길 부작용도 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내•외야를 오가는 슈퍼 유틸리티 역할을 했던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의 내야수 조시 해리슨은 이번 시즌 전 "더는 유틸리티 선수로 불리고 싶지 않다"면서 "몇 년 동안 그 임무를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주전 3루수로 정착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선수라면 누구나 한 자리를 확실히 꿰차는 것이 물론 좋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재능까지 갖추면 본인의 가치와 더불어 팀 전력도 더욱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브라운은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어디든 상관 없다"고 팀 퍼스트를 강조했다.

사진=삼성 구자욱(왼쪽)-한화 폭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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