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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 후보들, 트럼프 막말 따라하기… 정치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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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 후보들, 트럼프 막말 따라하기… 정치쇼로 전락

입력
2015.08.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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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외국인을 화물 취급할 것"

워커 "캐나다 접경에 장벽 설치"

진달 "이민자들, 당장 영어 배워라"

트럼프 인기 높자 너도나도 흉내

황당 공약과 소수 이민자 차별 발언

지난달 29일 미국 뉴햄프셔주 타운홀 미팅에서 불법 이민자 근절 대책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을 페덱스(FedEx)화물처럼 추적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내 놓아 구설수에 오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미국 뉴햄프셔주 타운홀 미팅에서 불법 이민자 근절 대책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을 페덱스(FedEx)화물처럼 추적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내 놓아 구설수에 오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AFP 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 공화당 예비 경선이 저질 ‘정치 쇼’로 전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과 기행이 계속되고, 트럼프에 빼앗긴 인기를 되찾으려는 조바심 탓에 일부 후보들마저 황당 공약과 ‘소수계 이민자’ 때리기에 가세하면서 진지한 토론과 합리적 대안 모색은 사라진 채 근거 없는 헐뜯기와 인신 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30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예상 밖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경쟁 후보들도 점잖고 절제된 모습을 버리고 트럼프 흉내내기 행보에 가세하고 있다.

공화당 예비 후보 중 진보 성향이 가장 강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 입국 외국인을 화물처럼 취급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 사례다. 그는 전날 뉴햄프셔 주(州) 타운홀 미팅에서 “온라인에 접속만 하면 물류업체 페덱스(Fedex)는 화물이 트럭에 있는지, 역에 있는지, 항공기에 있는지 알려준다”며 “(외국인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비자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추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때 선두권이었으나 트럼프 등장 이후 밀려난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국경 장벽을 (트럼프가 공약한) 멕시코 국경만 아니라 미국ㆍ캐나다 국경에도 설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방영된 NBC뉴스 ‘미트 더 프레스’에서 ‘북쪽 국경에도 장벽을 설치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논의해볼 만한 아이디어”라고 답했다.

인도계 이민가정에서 태어난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abc방송 인터뷰에서 합법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당장 영어를 배우고 우리의 가치에 적응해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하러 가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트럼프에 부화뇌동한 후보들에 대한 지지자들의 엄중한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또 트럼프 때문에 헝클어진 경선 분위기와 기율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공화당 주류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크리스티 지사 발언과 관련,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현실주의자 크리스티가 왜 이렇게 됐나” “크리스티가 자포자기 상태에서 트럼프와 친구가 되는 것을 지켜보니 재미있다”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워커 지사의 발언과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인기를 만회하려고 트럼프처럼 공격적 언행을 선보였으나, 오히려 평소 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또 “워커 지사의 정치적 본거지인 중서부 유권자들이 원칙에 충실한 당초 선거전략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 파울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도 최근의 경선 분위기를 섹시 모델 ‘킴 카다시안’이 주목 받는 TV 오락물에 비교하며, ‘트럼프-카다시안’의 세계에 모범생 같은 워커 지사가 적응하는 건 큰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젭 부시 등 멀쩡한 후보들이 트럼프에 과감히 맞서지 못하는 것을 개탄하고 이른 시일 내에 경선 국면을 제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공화당 주류 사회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전설적인 미국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62ㆍ본명 테리 진 볼리아)이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가 되고 싶다고 밝혀 가뜩이나 코미디처럼 보이는 미 대선 경쟁을 점입가경으로 만들었다. 그는 29일 미국 연예뉴스사이트 TMZ닷컴의 인터뷰에서 ‘어떤 대선 후보와 레슬링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어떤 후보와도 하고 싶지 않다”며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돼 부통령이 싶다”고 깜짝 토로했다. 그는 올 7월 인종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에서 퇴출됐다.

호건은 이에 앞서 2012년에는 불륜 상대이던 친구 부인과 찍은 섹스 동영상이 공개됐는데, 영상에서 자신의 딸이 흑인과 성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인종 비하 단어들을 잇따라 사용하기도 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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