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후잉칭주ㆍ'탐라' 특별한 인연
한국에서 훈련된 안내견을 만나기 위해 최근 대만에서 온 시각장애인이 있다. 대만 다예대학원 레저·레크레이션학과 재학중인 후잉칭주(黃靖茹·25)씨다. 대만에서도 훈련된 안내견들이 있지만 후잉씨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대만과 특별한 인연인 안내견 ‘탐라’때문이다.
한국 대만 호주 미국 등 안내견학교들은 안내견에 적합한 혈통을 얻기 위해 안내견의 엄마, 아빠인 종모견(種母犬)을 서로 기증한다. 종견(수컷)이나 모견(암컷)이 되려면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온순하고 머리가 좋아 상황 판단이 빨라야 하는데 이를 갖춘 개들은 많지 않다.
탐라의 모견인 ‘헬렌’은 노르웨이 혈통으로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2012년 대만에서 기증 받았고, 헬렌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안내견이 되면 그 중 한 마리를 대만으로 보내기로 약속했다. 헬렌이 낳은 7마리 중 3마리가 안내견이 되었고, 이 중 조용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사람을 잘 따르는 탐라가 후잉씨의 안내견으로 발탁되었다.
12세에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후잉씨는 13년간 흰색 지팡이에 의존해 살았다. 그림과 암벽등반을 즐기고 전공으로 레저학과를 선택할 정도로 활발한 성격이지만 지팡이에 의존하다 보니 불안감이 컸다고 한다. “대만의 경우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많아 오토바이와 접촉 사고도 잦았어요. 또 외견으로는 시각장애인인지 알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후잉씨는 주변환경에 대해 항상 불안감을 느껴오던 중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학교 친구에게서 안내견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 지난 6월 대만안내견협회의 설명을 듣고 안내견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안내견과 생활이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다. 탐라는 후잉씨 옆에 오려했지만, 후잉씨가 오히려 큰 덩치의 안내견을 처음 접하고 무섭게 느꼈다. 시각장애인들도 개에 대해서는 책으로나 공부하지 실제 보거나 만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개가 옆에 와서 냄새를 맡고 핥는 것에 처음에는 약간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지난 30일까지 탐라와 훈련한 후잉씨는 “항상 장애물에 부딪히고 불안해했는데 탐라와 함께 강남역도 걸어보고 잠도 자고 밥도 같이 먹으니 장애물도 잘 피할 수 있게 됐다”며 “탐라가 점점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후잉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 내내 탐라를 쓰다듬어주고 불편함은 없는지 챙겼고, 인터뷰 동안 휴식을 취하던 탐라는 끝나자 꼬리를 흔들며 곧바로 후잉씨에게 안겼다.
“장애인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고 싶어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탐라와 항상 함께 할 겁니다. 앞으로 안내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고 싶고, 더 많은 대만의 시각장애인들이 흰 지팡이 대신 안내견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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