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진로 묻기가 조심스러워졌다. 태반이 백수이거나 비정규직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문사철(文史哲) 등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도 두려워졌다. 그들이 직면한 미래가 너무나 엄중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중소기업 취업을 강조하며 창업의 힘찬 미래를 말하기도 한다. 한국을 떠나 넓은 세상에서 승부하라고 떠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서로를 위안하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나나 학생들이나 생각은 똑같다. 대기업 취업이 최고라는 것이다. 공식의 각종 통계는 이 사실을 잘 알려준다.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한다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64, 중소기업 정규직은 52,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에 불과하다. 창업을 강조하나 30대 미만 연령층에서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17%로 아주 낮다. 대기업 취업이 그나마 가장 안전한 것이다. 알선되는 해외취업도 허접한 것이 대부분이며, 확대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거의 임시직이다. 그러니 학생들은 취업하지 않고 기다리려 한다. 청년고용률은 지극히 낮으며(40%), 실업률은 높고(10.7%), 실업자보다 40%나 더 많은 잠재적 구직자(65만명)가 항상 대기한다. 때로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휴학에 휴학을 거듭하며 졸업 후에도 학원을 전전한다.
정부가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도 과거 정책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민관합동 대책회의 구성, 현장중심교육 강화, 중소기업 취업 촉진, 고용지원 효율화, 해외취업 촉진 등 메뉴판은 거의 똑같다. 색다른 점이 있다면 ‘노동시장 개혁’과 연계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등이 어떻게 청년고용 확대로 이어지는지 필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다. 그들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노동을 통해 단련되어야 한다. 활용되지 않는 노동력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상실하고 퇴화된다. 물적자원보다 퇴화의 속도는 빠르고 복귀의 시간은 더 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존 정책의 집행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너무나 많은 대책이 존재한다. 올해 실시되고 있는 청년고용제도는 중앙정부만으로도 총 224개다. 대학 재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사업 중 직업능력개발지원사업만을 대상으로 살펴보자. 정책은 고용부(3개), 미래부(2개), 교육부(3개), 중기청(3개), 산자부·환경부·국토부·해수부·농진청(각 1개) 등 아주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여기에 지자체는 별도다. 예를 들어 전북만으로도 관련 사업은 14개나 있다. 모든 정책은 고졸자, 대학 재학자, 대학 졸업자 별로 따로 존재하며, 취업지원, 인력자원지원, 창업지원 등 분야를 넓히면 엄청난 정책의 미로가 형성된다. 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단순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게 유사중복사업은 통폐합해야 한다.
둘째로 지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그 중 강조하고 싶은 점은 사회혁신을 담당하는 새로운 일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사회혁신시민참여실(대통령특보)을 신설하고, 미국 청년국가봉사단(AmeriCorp)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매년 6만명 이상의 청년들이 거의 풀타임으로 저소득 지역의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입된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도 ‘큰 사회(big society)’ 정책의 일환으로 청년활동가 5,000명을 소외지역에 파견한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한국정부의 224개 청년고용사업 중 사회혁신과 관련된 것은 사회적 기업가 육성(고용부), 자원봉사 활성화(행자부) 등 4개에 불과하다.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마을과 골목에서 다양한 혁신을 실험해야 하며, 그 속에서 공동체적 참여와 배려가 작동되어야 한다. 그 일의 중심에 청년들이 우뚝 서야 한다.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국가봉사단(KoreaCorp) 구상이 청년고용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어야 한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