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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에 흔들리는 신흥국 정권…대통령 탄핵 위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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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에 흔들리는 신흥국 정권…대통령 탄핵 위기까지

입력
2015.08.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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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제난에 빠진 자원 신흥국에서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는 등 정권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브라질, 에콰도르 등에서는 국가수반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인도네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에서는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 책임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경제가 중요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은 체제 유지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도 경제위기가 지속될 경우, 현재의 공산당정부 체제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 중국발 쇼크에 탄핵 위기

31일 국제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29일부터 수도 쿠알라룸푸르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비자금 추문과 관련해 나집 라작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를 촉발한 것은 비리 문제이지만 그 바닥에는 경제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 성장률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로 올해 2분기 성장률이 2년 만에 최저치인 4.9%로 가라앉은데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링깃화 가치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성장 둔화 여파가 이미 실물 경제에 반영되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놓여있다.

브라질은 과거 원유 등 각종 천연 자원을 수출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물가 상승률은 10%에 육박할 전망이다. 실업률은 2분기에 8.3%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긴축 정책 때문에 실업수당마저 줄어들어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나라의 화폐인 헤알화가 지난주 12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자 탄핵을 외치는 반정부 시위대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중도좌파' 호세프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자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 다른 남미 좌파 정권들도 긴장하고 있다.

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에서 무너지면 자칫하면 2000년대 들어 자리잡은 좌파 대세론까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에콰도르에서도 연일 라파엘 코레라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온갖 불만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오는 것이다.

◇ 경제난에 민심 이반…지지율 하락

2분기 성장률이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인도네시아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7월에 40%선으로 떨어졌다. 전임 유도요노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넘었던 것에 대비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루피아화 가치가 1998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경제난이 지속되자 지난 12일 경제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핵심 경제부처 수장을 대거 물갈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 28일에는 세금우대 등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분주하다.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지율이 3월 28.2%에서 5월 25.8%, 7월 24.3%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여론조사 기관인 다타날리시스가 밝혔다.

생필품 부족마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집권당이 오는 12월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라크에서는 5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전력 공급이 충분치 않자 전국 곳곳에서 성난 군중이 정부 퇴진과 개혁을 요구하며 주말마다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 체제 유지에 위협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서방 제재 이후 중국을 돌파구로 삼으려던 푸틴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이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중국 투자자들이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의 야말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200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는데 아직 진척이 없으며 총액도 150억 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베리아에서 중국으로 가스를 대량 공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느린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경제가 2분기에 무려 4.6%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물가가 올해 들어 15% 이상 고공 행진을 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 지지도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앞으로 푸틴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화살을 서방으로 돌리면서 러시아의 내셔널리즘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러시아와 신흥시장 담당 이사인 알렉산더 클리멘트는 "푸틴이 자신의 지지 기반인 4,500만명 연금 생활자나 군수업체에 희생을 요구하려고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부유한 산유국들도 아직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현재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 경제, 선거 쟁점으로 급부상

캐나다에서도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유가 하락 여파로 올해 들어 계속 마이너스 성장세인 경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몇달 전만 해도 보수당 스티븐 하퍼 총리가 지난 10년간 경제 성과 등을 내세워 무난히 4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특히 최근 중국발 쇼크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경제 사정이 비교적 양호한 미국에서도 중국발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대선 경쟁에서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조 트리피는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에 "경제난이 부각된다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공화당 후보들에게는 민주당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경제정책을 내세우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김서연 인턴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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