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역사에세이 당락 큰 영향
SK는 자기소개서가 1차 전형 좌우
LG, 한국사·한자문제 대비 철저히
31일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등이 지원서를 접수하며 대기업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가 시작된다. 주요 그룹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건 정부 정책에 따라 하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소폭 늘렸다. 지원자들이 하반기 대기업 공채를 뚫으려면 기업이 채용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다음달 7일부터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삼성은 올해부터 새로 도입한 직무적합성 평가가 포인트다. 서류전형에 해당하는 이 평가는 지원자가 직무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했는 지 에세이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따라서 각종 자격증 취득이나 막연한 꿈을 늘어놓기 보다 지원 분야별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 지를 보여주는 인턴 또는 아르바이트 경험, 동아리 활동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하면 2차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보고 면접을 치르게 된다. 면접도 실무와 임원 면접 사이에 창의성 면접이 새로 생겼다. 창의성 면접은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만 개진하기 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문제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삼성 관계자는 “직군별로 면접 포인트가 다르다”며 “가령 연구개발직은 전공공부를 얼마나 성실하게 했는지, 소프트웨어직은 GSAT 성적보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과 역량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원서에 불필요한 스펙 기재란을 없애고 영어회화 능력 평가를 강화한다. 특히 현대차는 역사 에세이 시험을 치르는데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하반기엔 ‘우리나라 위인 가운데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을 골라 재조명하라’, ‘단기간 성장한 몽골, 로마제국의 성장요인과 이를 감안해 글로벌 기업으로 현대차가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자의 역사관과 인문학적 깊이를 측정해 적합한 인재인지 가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올해부터 스펙을 보지 않는 만큼 자기소개서가 1차 전형의 통과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이야기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도전, 열정, 패기)과 연결해 표현해야 한다”며 “경험이나 능력을 과시ㆍ나열하는 것은 ‘모든 것을 잘하니 무조건 뽑아달라’거나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LG는 3개 계열사까지 중복지원 할 수 있다. 지원서에 주민번호,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와 불필요한 스펙을 과감히 없앴고 어학성적이나 자격증도 직무와 연관성이 있을 때만 기재하도록 했다. 특이한 것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통합적 사고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적성검사에 한국사와 한자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대기업 취업준비생을 위해 발간한 ‘바로간다 현대차’의 저자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은 “청년들이 간절하게 취업을 바라지만 정작 지원 기업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면접에서 해당 기업이 어떤 지역ㆍ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 지 알지 못하면 대답 자체가 불가능한 질문을 많이 물으니, 기업 정보를 충분히 알고 관련 직무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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