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추위에 특정인 자료 전달 소문
노조 "낙하산 인사 땐 총력저지"
한 달 째 비어있는 KT&G 사장 자리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민영진 전 사장이 사퇴하면서 최근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꾸려 후임 사장 인선을 준비 중이다. 민 전 사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임기 7개월을 남기고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기에 정부 고위 관료출신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각종 부당 인사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담배 사업 정책을 관할하는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들의 이름이 다수 거론된다”며 “이들이 현 장관급 이상의 각료나 청와대 비서실 등 정권 실세들을 통해 사추위에 각종 부담을 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추위 관계자들에게 특정인에 대한 자료가 전달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G 측에서는 “사추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를 둘러싼 소문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KT&G 노조는 낙하산 인사 정황을 포착하고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KT&G는 민영화 이후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된 선진적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담배산업 경험이 많은 전문경영인들이 사장을 맡아 조직을 이끌어왔다”며 “정치권을 등에 업고 낙하산 인사가 내려 오면 전국 22개 노조지부가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사명을 바꾸고 2002년 민영화된 KT&G는 한동안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비껴 서 있었다. 실제로 민영화 이후 역임한 곽주영 전 사장과 곽영균 전 사장, 민 전 사장 모두 내부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후 CEO 자리에 올랐다.
덕분에 KT&G는 담뱃세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외국 담배업체들과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세계 5위 담배기업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은 KT&G를 ‘무늬만 민영기업’으로 돌리려는 전초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때아닌 낙하산 인사로 KT&G의 기업가치와 실적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편 KT&G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추위는 이번 주 중 모집 공고를 내고 내ㆍ외부 인사 구분 없이 지원자들을 받아 자격심사를 거쳐 후보 1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후임 사장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내부 인사로 함기두 수석부사장과 백복인 부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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