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통을 트렁크 아래에 장착
200억 투입 국내 첫 개발 성공
SM5 이어 SM7에 적용 인기
자동차는 기술 개발과 시대 요구에 따라 빠르게 변화했다. 최근 주된 국산차의 기술 개발 경향은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을 높이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세분, 주행성능과 연비를 향상시키는 더블클러치변속기(DCT) 등이다.
국내 자동차의 기술 개발 분야에서 ‘국내 최초’란 타이틀은 의외로 업계 4위 르노삼성자동차가 모두 쥐고 있다. 판매 대수와 발 빠른 혁신으로 업계 흐름을 선도하는 것은 관계가 없는 셈이다.
르노삼성은 주력 상품인 중형 세단 SM5를 통해 한 박자 앞선 기술력을 표출해 왔다. 동일한 차체에 배기량을 2,000㏄에서 1,600㏄로 줄인 터보 엔진이 처음 적용된 모델이 2013년 5월 출시된 ‘SM5 TCE’였다. 이 차는 배기량이 줄었는데도 출력은 동급 최고 수준인 190마력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7월 1,500㏄ 디젤 엔진을 얹은 ‘SM5 D’까지 출시하며 르노삼성은 디젤 엔진 다운사이징은 물론이고 파워트레인 세분도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달성했다.
국산차 중 최초로 DCT가 장착된 차 역시 SM5 TCE다. 당시 DCT가 생소했지만 르노삼성은 이후 SM5 D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창출한 ‘QM3’에 적용하며 DCT 확산에 불을 지폈다. DCT는 기어 체결 속도가 자동변속기보다 빨라 동력 손실이 적다. 고연비 실현과 빠른 변속을 가능하게 해 이제는 변속기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마그네슘 판재를 양산차에 사용한 것도 르노삼성이 세계 최초다. 지난해 9월 나온 ‘SM7 노바’의 뒷좌석과 트렁크가 맞닿은 부분의 판재는 철강에서 마그네슘으로 대체되며 무게가 2.2㎏ 감소했다. 포스코와 협업해 실용금속 중 가장 가벼운 마그네슘 활용의 새 장을 연 것이다.
최근 돋보이는 기술은 LPG 승용차의 연료통을 트렁크 아래에 숨긴 ‘도넛 탱크’다. BMW나 폭스바겐 등은 이미 10여 년 전에 만들었고, 현대ㆍ기아차도 수출 차량에 적용하지만 국내에서 올해 1월 ‘SM5 LPLi 도넛’이 나오기 전까지 모든 LPG 승용차가 시각적으로 불안감을 선사하는 커다란 가스통을 트렁크에 싣고 다녔다.
르노삼성이 200억원을 투입해 개발에 성공한 환(丸)형 도넛 탱크는 기존 원통형 탱크보다 경도가 높고 가벼운 강판으로 제작됐다. 두께가 15% 증가해 안전성이 높아졌어도 무게는 10% 정도 줄어 연료 효율성이 향상됐다. 도넛 탱크가 내수시장에 등장하며 LPG 승용차의 한계였던 협소한 트렁크 공간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됐다.
르노삼성은 SM5에 이어 이달 초 SM7에도 도넛 탱크를 넣은 ‘SM7 LPe’를 출시했다. 차체는 준대형이지만 엔진은 2,000㏄를 장착해 LPG 세단 시장을 양분한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 LPG 차량과 차별화했다. 다운사이징 덕에 가격이 그랜저 대비 350만원 저렴하고, 취ㆍ등록세와 자동차세가 면제되는 이점까지 확보했다. 연제현 르노삼성 상품전략팀장은 “국내 준대형 LPG 세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포스코, 대한LPG협회, SK가스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SM7 LPe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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