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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ㆍ투명’ 약속과 다른 재벌가 등기임원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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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ㆍ투명’ 약속과 다른 재벌가 등기임원 회피

입력
2015.08.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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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임원 보수 공개를 의무화한 2013년 이후 30대 재벌그룹 총수들이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을 30% 가까이 내려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연 5억 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보수를 공시토록 했다. 현재 삼성을 비롯해 SK,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신세계, LS, 대림, 미래에셋 등 9개 그룹 총수들은 계열사 등기임원인 경우가 한 명도 없다.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30대 그룹의 등기임원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현재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곳은 78개사로 2013년의 108개사보다 27.8%나 감소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한 등기임원이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보수공개 조치 직전 미등기임원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법원의 유죄판결 이후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사퇴했다.

총수와 친족이 등기임원을 꺼리는 이유는 의무와 책임은 회피하되 권한은 다 챙기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미등기임원임에도 경영에서는 다름 없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등기임원의 연봉공개는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국민과 투자자들이 등기임원의 연봉이 어느 정도이고, 실질적인 경영실적이 반영된 것인지를 살펴보자는 취지다. 또 과다한 연봉으로 국민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을 막자는 의미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경영자(CEO) 등 3인의 집행위원을 포함해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상위 5명의 연봉은 공개토록 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도 등기임원에 대해서는 연봉공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롯데그룹 사태로 인해 재벌 오너 일가의 보다 정상적이고도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책임ㆍ투명경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아예 등기임원을 회피한다면 애초에 법 개정 이유가 허망해진다. 쥐꼬리만 한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을 당연시하면서도 이런 식의 얕은 편법을 쓰는 것은 국민에게 약속한 책임ㆍ투명경영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재벌들은 스스로 책임의식을 좀 더 분명히 하고 경영권 행사를 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해야 한다. 또 정부와 정치권은 허점투성이인 법망을 재정비, 등기임원이든 미등기임원이든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연봉 공개 대상을 정하고, 특히 총수 일가의 연봉은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등의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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