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의사 수백 명이 적발됐다. 서울 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 관계자 7명과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사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00만원 미만의 금품을 받은 의사 339명은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2010년 금품 제공자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됐지만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적발된 업체 가운데는 외국계 회사도 포함돼있어 리베이트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 여겨 볼 것은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발된 제약회사들은 의사들에게 하지도 않은 논문 번역료와 시장조사 응답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법을 주로 썼다. 심지어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사가 논문을 번역해 두고 제품 설문지를 허위로 작성해 둔 회사들도 있었다. 대가로는 현금 외에도 해외 골프관광, 술 접대, 신용카드 지급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관행은 의약품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칠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해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리베이트를 주는 제품을 고를 가능성이 있어 국민보건에도 해악을 끼친다.
정부는 쌍벌제 도입에 이어 지난해부터 두 차례 이상 리베이트 제공이 적발될 경우 해당 의약품을 보험급여에서 퇴출하는 ‘투아웃제’를 시행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은 제약사와 해당 병ㆍ의원에 대해 판매와 면허정지 등 엄중한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 리베이트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적발된 의사들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한 데도 원인이 있다. 검찰과 경찰은 그 동안 의료계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300만원 이상 리베이트 수수자만 형사 입건해왔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이 정한 최소 자격정지 기준(300만원 이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3만원 이상 접대를 받으면 처벌을 받는 ‘김영란법’이 통과된 상황에 비쳐볼 때 지나치게 관대하다.
단속과 처벌 강화만으로는 질긴 관행을 뿌리뽑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리베이트를 관행으로 생각하는 의료인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전문인으로서의 윤리의식 확립과 함께 과거의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의료계에서도 리베이트 근절과 의료윤리 확립을 위한 자율정화가 요구된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이 중심이 돼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제약회사들도 손쉬운 편법에의 유혹을 끊고 약효와 품질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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