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이 이사 간 지 꽤 됐다. 수리하는 인부들이 한동안 드나들었을 뿐, 아직 아무도 입주하지 않았다. 한번은 괜히 문고리를 돌려봤더니 문이 열려 있었다. 문득 호기심이 동했다. 슬그머니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공간 배치만 역방향일 뿐, 내가 사는 집과 다를 게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전등을 켜 보았다. 거실이 일순 밝아졌다. 가만히 앉아 보았다. 고요했다. 같은 층의 같은 구조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창의 위치 탓인지 내가 사는 집과는 빛의 질감도 사뭇 달랐다. 빈 집 특유의 뻑뻑하고 몽롱한 이명 같은 게 느껴졌다. 내 집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당연하게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끔 기타를 붙들고 큰소리로 노랠 부르곤 했는데, 그 소리가 어떻게 들렸을지 궁금해졌다. 살던 사람이 직접 불평을 하거나 민원을 넣은 적은 없었다.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음악을 크게 틀곤 다시 거실에 들어와 앉아 봤다. 음악 소리는 부러 상기해야 겨우 귀에 잡히는 정도였다. 눈을 감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내가 있던 집이 음악소리의 잔향만큼이나 까마득하게 여겨졌다. 그러곤 이틀이 지났다. 옆집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전히 그 방의 소리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우주 한가운데라도 떠있는 듯, 긴 여음을 끌고 내 안에 고여 버린 빈 공간의 소리를. 문고릴 잡아봤다. 잠겨 있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