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진심이에요, 만만한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의외였다. 배우 고아성은 만만함이 나름의 장점이자 무기였다. 스크린 첫 주연작 '오피스'의 개봉(9월 3일)을 앞둔 고아성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무직 인턴사원을 참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이어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을 기시감 있게 연기했다. 고아성은 이 영화에서 정규직 전환이 절실한 영업부 인턴사원 이미례를 맡아 스릴러판 '미생'을 그렸다. 오피스는 일가족을 살해한 회사원이 회사를 떠돌면서 벌어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왜 '오피스'였나.
"'우아한 거짓말'은 따뜻한 작품이 하고 싶어 출연했다. 이후에 발산하고 표출하는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오피스'가 그랬다."
-개봉이 9월로 연기됐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아쉬울 때가 많다. 빨리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반, 개봉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반이다. 개봉을 하면 개인적인 기대를 접게 되는데 그런 마음이 끝나지 않았으면 해 연기된 것도 괜찮다."
-영화에서 중점을 둔 연기는.
"착하지만 답답한 사람을 보여주는데 노력했다. 작은 일을 하는데 정말 온 힘을 쏟는 답답하고 성실한 사람, 이미례 같은 캐릭터다. 안타깝고 연민이 들었던 역할이다. 미례를 보면서 열심히 하는게 미덕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중에 뭐가 더 중요한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슬프다. 영화에서 미례가 안타깝고 연민이 들었다. 열심히 하는데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특수한 케이스다."
▲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직장인 친구들로부터 조언을 구했나.
"인턴으로 일했던 친구들, 직장인 언니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밤 12시에 광화문에서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직장인들도 관찰하며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상상했다. 당시 인턴이던 친구 중에 정규직이 된 이들도 있다."
-배우로서 직위를 따진다면.
"다행히 배우는 직급이 무의미한 직업이다. 상하, 수직적이지 않고 경력, 나이가 모호한 부분이라 딱히 직급이 없는 직업이다."
-영화처럼 상사, 선배를 향한 어떤 충동은 없나.
"없지는 않지만 미례처럼 켜켜이 쌓인 것과 달리 순간순간이라 충동이 금방 지나간다."
-극중 딱히 악역이 없다.
"이게 보는 사람마다 입장이 달라 그렇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미례에게 공감한다. 책임자라면 열심히 하는 미례보다 잘 하는 인턴을 뽑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또 고개를 끄덕인다."
▲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올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세션에 출품됐는데 당시 반응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놀라는 장면에서 박수가 터졌다. 오락적인 면을 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그 입장에 공감하는 면을 봤다."
-휴식 없이 연달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다작을 선호하나.
"스스로 연구를 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어느 순간 다작을 하고 있더라. 요즘은 다작이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우아한 거짓말' 전까지는 1년에 한 번 꼴로 영화를 찍었다. 개봉 후에 실제 동생이 없어진 것 같아 '오피스'에 곧바로 들어갔다."
-연기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나.
"촬영할 때마다 항상 소품을 하나씩 챙긴다.'오피스'는 사원증을 가져왔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신혼방에 걸린 '부당한 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쓴 액자를, '우아한 거짓말'은 빨간 털실을, '설국열차'에서는 환각제로 쓰인 크로놀을 한 개 집어왔다."
-차기작 '오빠생각'은 이한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이다. 봉준호 감독도 그렇고.
"만만한 여배우가 나인가보다. '오빠생각'을 찍으면서 왜 날 또 찾을까 생각했는데 아, 이렇게 부릴 배우는 나밖에 없구나 싶었다. 그런데 진심으로 만만한 여배우가 되고 싶다. 같은 감독과 한 번 이상 작업하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겠더라."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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