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폭우 피해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황해남도와 함경남북도 7개 지역에 집중된 8월 초의 늦장마 피해는 국제적십자사와 유엔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이와 달리 지난 22일 함경북도 나선시에 집중된 태풍 ‘고니’피해는 북한 당국 스스로 신속하게 공개했다. 이례적인 북측의 피해공개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국제사회와 남측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 동안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5일 장맛비로 33명의 사망, 또는 실종됐고 가옥 690채가 무너졌으며, 다수의 도로ㆍ교량이 파괴됐다. 이어 태풍 ‘고니’ 가 몰고 와 나선시에 집중된 폭우로 40명이 숨지고, 1,000여 채의 가옥이 무너졌으며, 1만1,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가 광범위한 지역에 걸치지 않은 데다, 규모도 북한 스스로의 구호ㆍ복구 능력이 달릴 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의 속셈을 경계하면서, 즉각적 대북 지원을 머뭇거리기 쉽다. 정부의 관망 자세도 아직은 이에 가깝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북측이 10월10일까지 수해를 복구하도록 지시하고 결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북측의 요청이 있으면 피해 상황과 인도적 측면을 고려해 검토할 문제”라고 유보적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이번 수해 상황이 대북 지원의 원칙과 실효성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나선시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에 머뭇거릴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8월 초의 1차 수해에는 국제적십사자의 긴급지원 등이 이뤄졌고, 피해 복구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나선시 수재에 대해서는 북한 적십사사의 긴급구호품 전달 외에 특별한 지원 흔적이 없다.
차제에 적극적 대북 지원은 무엇보다 ‘8ㆍ25 공동보도문’과 그에 따른 추석 이산가족 상봉 협의 등 남북대화 분위기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은 중앙군사위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의 잇따른 ‘확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북측의 대화 자세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거꾸로 북측 지도부의 태도 돌변 가능성을 제약하는, 남북대화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애초에 인도적 지원은 정부가 내비치고 있는 ‘조건부 지원’의 대상이 아니어서 국내적 설명도 편하다. 1차 수해 지원 논의가 ‘지뢰 도발’사태에 파묻혔던 것과 달리 현재의 대북 여론은 크게 나아졌다.
경제특구인 나선시의 특성에 비추어 중국과 러시아 등의 ‘경쟁국’도 있다. 식량과 음료수, 의약품과 함께 전용(轉用) 가능성이 낮은 일부 시설복구 물자 등에 한정해 즉각적 지원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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