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중심부 내일부터 전면통제
"파시즘 식으로 反파시즘 전쟁 기념"
인터넷 등서 시민들 불만 고조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내달 1일부터 베이징(北京)시 중심부가 사실상 전면 통제된다. 자금성은 물론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王府井)의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아야만 한다.
베이징시공안국에 따르면 1일 0시부터 3일 ‘중국 인민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활동’이 마무리될 때까지 톈안먼(天安門) 주변 도로에서 모든 차와 사람의 통행이 금지된다. 2일부턴 그 범위가 확대돼, 젠궈루(建國路)와 동쪽제2순환도로까지 통제된다. 이외 부분 통제되는 시내 도로들도 즐비하다. 지하철도 무려 10개 노선이 무정차 통과 등의 영향을 받는다. 톈안먼 광장과 이어지는 지하철 1호선은 2일 밤 10시부터 3일 오후 1시까지 아예 멈춰 선다.
관광객도 내달 1일부터 구궁(故宮ㆍ자금성)과 국가박물관, 2일부턴 톈안먼 광장에 접근할 수 없다. 특히 2일 낮 12시부터 왕푸징 거리와 명품 전시장이 몰려 있는 둥단(東單), 관광객이 많이 찾는 첸먼(前門)거리, 백화점 최다 밀집 지역인 시단(西單) 등의 상점들도 영업을 할 수 없다.
이미 지난 28일부터 베이징을 비롯 인근 톈진(天津)시와 허베이(河北)성은 물론 베이징과 수백㎞ 떨어진 산시(山西)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 등 의 오염 물질 배출 기업 1만2,255곳이 감산 및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그러나 실제론 훨씬 많은 업체가 문을 닫고 있다. 베이징의 한 경정비 업소 대표는 “최근 공안이 찾아와 1주일 정도 휴업을 하는 게 어떠냐고 해 할 수 없이 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열병식 당일의 푸른 하늘(열병식 블루)을 연출하기 위해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도 9,000곳이 넘는다.
열병식이 펼쳐지는 창안제(長安街) 주변 건물과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열병식 당일 창문을 열어선 안 되며 사진도 찍을 수 없다”는 공지문이 통지됐다.
인터넷 통제는 더 심하다. 평소에도 ‘만리방화벽’을 통해 서방 언론 사이트 접속을 막아 온 중국은 최근에는 가상사설망(VPN) 등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 차단까지 더욱 강화했다.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테러다. 지난 2013년 10월 톈안먼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 앞에선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위구르인들의 차량 돌진 테러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나친 통제에 시민들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리샤오러’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파시스트의 방식으로 반파시스트 전쟁을 기념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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