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열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총 200여명에 달하는 당국 및 업계 인사들이 한 데 모여 ‘집단 난상 토론’을 벌였습니다.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직원 80여명과 금융투자업계 임직원 120여명 등 대규모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금융권 규제개혁에 발동을 걸고 있는 금감원이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금융투자협회 등과 함께 큰 맘 먹고 마련한 자리죠. 그래서인지 금감원은 국장급에서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이례적으로 많은 규모의 인원이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토론회 주최측은 시작 전부터 “잘못됐다는 충고도 좋고 어렵다는 호소도 좋으니 뭐든 터놓고 이야기해보자”(진웅섭 금감원장) “토론 때는 상의 벗고, 팔 걷어 부치고 하자”(황영기 금투협회장) 등으로 열띤 토론을 해주길 당부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금감원을 상대로 발언의 기회를 얻은 업계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토론회 1부 ‘업계와 시장이 바라는 금융감독원’ 에서 말문이 트인 겁니다. 이들은 5~7분으로 제한돼 있던 발언시간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제각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같은 위반사항에 대해 감독원, 공정위 그리고 심할 경우 법원까지 가는 ‘중복제재’는 업무지장을 초래할 줄 뿐 아니라 회사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준다”며 개선을 호소했습니다.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큰 약관은 빠른 시일 내에 시정해줄 것을 건의한 이도 있었습니다.
토론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끝났습니다. 세시간 반이란 긴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에도 불구하고 다들 어딘지 모르게 ‘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토론을 마치고 나온 황영기 회장은 “업계와 당국 모두 서로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전달했다”며 “매우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습니다. 또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금감원 실무진은 “우리가 한다고 하지만 업계에서 체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고 했는데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업계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전했고, 당국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본 셈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지금까지도 금융당국이 업계의 의견을 듣겠다고 자리를 마련한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죠. 실제 옥석을 가려 실행에 옮겨진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날카로운 지적을 한 이들에게는 괘씸죄가 적용된 경우도 있었다고 하죠.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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