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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뚫고 결혼 앞뒀지만 '빚 굴레'… 부장님 부동산 재테크에 쓴웃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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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뚫고 결혼 앞뒀지만 '빚 굴레'… 부장님 부동산 재테크에 쓴웃음만

입력
2015.08.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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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결혼, 집장만 등 라이프 사이클에서 이른바 N포세대(포기할 게 너무 많은 세대)라는 20ㆍ30대가 얼마나 곤란한 처지에 있는지는 사회주도층인 586세대와의 비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꼭 20년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은 국내 10대 대기업에 꼽히는 A그룹의 간부와 정규직 사원으로, 서울의 중위권 대학 공대를 졸업하고, 결혼도 비슷한 나이에 했다. 안정적인 삶의 필수요소인 취업과 주거를 중심으로 부장 S씨와 사원 K씨의 궤적을 살펴봤다.

주거 걱정 없던 586세대 S부장

아파트 사고팔며 재산 5배로

빚 부담에 출산도 미룬 K사원

"평생 전·월세 전전하나" 한숨

▦티켓 입사에 집테크까지 586세대

84학번인 S씨는 올해 만 오십.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학창시절 데모 하느라 요즘 청년만큼 토익이나 해외연수 등 스펙을 쌓을 여력이 없었지만 취업 걱정은 해 본 적이 없었다. 4학년 1학기에 이미 면접만으로 채용이 결정돼 90년 10월 입사했다. ‘티켓’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공대생은 골라서 회사를 선택하고 자동 취업이 되던 분위기였다. S씨는 입사 3년째 되던 93년 가을 결혼하면서 1,500만원에 서울 도봉구 단독주택 2층에 방 2칸 전셋집을 얻었다. 20%만 본인 자금이었고, 본인과 부인 명의로 1,2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S씨는 “당시 이자는 10% 안팎(12만~15만원)으로 높았지만 초임 연봉(1,200만원)으로 원리금을 갚아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결혼 2년 후 아이가 생기자 S씨 부인은 직장을 그만뒀다. 외벌이지만 S씨는 집을 얻는 데도 큰 장애가 없었다. 오히려 부동산 호황기여서 ‘사고 팔고’를 거듭하며 부를 축적하는 기회가 됐다. 94년 경기 의정부시에 13평 아파트 전세를 살면서 그 해 말 경기도 분당에 15평짜리 아파트를 처음으로 샀다. 직장이 있는 여의도에서 멀어 직접 살지 않았지만 전매기간이 끝난 뒤 분당 집을 팔면서 두 배 이상 남겼다. 절반 정도를 대출받아 3,000만원에 분양 받았지만 7,000만원에 판 것이다. 그 동안 보너스 등 저축으로 대출금도 거뜬히 갚은 터라 재산은 불과 몇 년 사이 5배 가량 늘었다. S씨는 “직장생활로는 목돈 모으기가 힘든데 본의 아니게 재테크를 잘했다”고 했다. 90년대 수도권 평당 분양가는 200만원 정도로 분당, 평촌 등 신도시 아파트는 분양만 받으면 오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집값이 폭락한 2000년 초 서울 강서구에 32평 아파트를 마련해 이사했다. 이 과정에 생활비가 지원되는 해외주재원으로 2년 가량 부임해 넉넉하게 저축도 할 수 있었다.

호사다마랄까. 벤처 붐 일던 2000년대 초 퇴사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아파트를 날릴 정도로 망해 처가살이를 했다. 위기였지만 몇 개월 후 같은 회사에 재입사해 해외주재원으로 4년여 머물며 전셋값을 모아 2005년 강서구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2008년부터 전셋값이 급상승하자 2013년 고양시에 미분양이 된 34평형 보금자리주택(2억 7,000만원)을 매입해 살고 있다. S씨는 “586세대는 큰 어려움 없이 사회에 뛰어들었고, 월급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있던 축복받은 세대”라며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 집을 갖는 게 요원한 일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업 성공해도 주거 장벽 N포세대

만 서른인 사원 K씨는 2012년 졸업 후 몇 달 안돼 이 회사에 취업했다. 한 때 원서만 넣으면 취업이 된다는 기계공학 전공이지만 이력서 수십 통을 넣어서 최종면접까지 간 것은 두 군데뿐이었다.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청년실업률과 절반 수준인 대졸자 취업률 속에 운이 따랐다. K씨는 “과 친구들 가운데 취업에 실패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K씨는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S부장보다 3년 늦었다. 취업난 등으로 지난해 남자 초혼 연령(32.4세)이 1990년(남자 27.9세)에 비해 5년 늦어진 것에 비하면 이른 편이다. K씨 역시 S부장과 마찬가지로 부모 도움 없이 모아둔 돈과 은행 융자로 신혼 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석 달 동안 주말마다 전셋집을 구하려 발품을 팔았지만 월세 물량만 넘쳐나 허탕을 쳤다. 다행히 같은 직장에 세입자를 찾는 이가 있어 서울 양천구 목동 18평짜리 빌라를 1억3,000만원에 얻었다. K씨가 2,000여 만원, 예비신부가 약 4,0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7,000만원은 대출받을 계획이다. K씨는 군 제대 후 08학번으로 입학해 부모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학자금 대출을 떠맡았다. 때문에 입사 4년 동안 많은 돈을 모으지 못했고, 아직도 학자금 대출이 150만원 정도 남아 있다.

K씨는 “도심 주변은 너무 비싸 전세든 월세든 집을 구할 수 없었다”며 “빚을 갚아 전셋값이라도 손에 쥐려면 앞으로 2년 내에는 아기를 갖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K씨 연봉은 4,000만원 수준. 결혼해서도 맞벌이를 할 계획이라 한 사람 월급을 고스란히 모으겠다는 계획이라 2~3년 정도면 빚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전세기간 만료로 집을 옮기거나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미래를 낙관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2세 계획도 빚을 다 갚고 난 후로 미뤘다.

여러 차례 운이 좋았다던 그도 “많은 빚을 안고 무리하게 신혼 살림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기까지 생기면 너무 어려워질 것 같다”며 “우리 세대는 결혼도, 아기를 갖는 것도 모두 무리인 세대”라며 한숨을 쉬었다. 예전 선배들처럼 결혼해서 몇 년 안팎에 집을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그는 “평범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기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약도 계속 붓고 있으며 주식 투자를 통해 약간씩 재테크를 하고 있다지만 계속 전ㆍ월세로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S부장이 아파트 갈아타기를 통해 빚을 갚고 재산을 불렸다면 K씨는 암울한 부동산 전망에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기도 어려운 처지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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