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로 예정됐던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무산됐다. 여야가 정부의 특수활동비 공개 문제를 놓고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내에 특수활동비 개선 소위 구성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사 등 국정수행에 필요한 경비 공개 요구는 선례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정개특위 활동기간 연장안, 2014년 결산안 등 주요 안건처리가 줄줄이 지연되게 됐다.
‘눈먼 돈’이라고도 불리는 정부의 특수활동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불거진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성완종 리스트’로 검찰 수사를 받던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 때 받은 원내 대책비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입법로비 재판에서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직책비 일부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대책비’나‘직책비’는 국회에 할당된 특수활동비 80여 억의 일부다. 특수활동비란 이름으로 국민혈세가 어떻게 유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제 주머니 돈이나 가외수입으로 여겨 함부로 쓰게 내버려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낙마도 특수활동비의 일종인‘특정업무경비’의 개인적 지출 논란 때문이었다. 이렇게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쓸 수 있어 불법적 정치적 활동이나 고위 간부들의 개인적 유용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게 특수활동비다. 올해 정부 예산 중 그 전체 규모는 19개 기관에 걸쳐 8810억여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4782억여 원으로 가장 많고, 국방부(1793억), 경찰청(1263억), 청와대(266억) 등도 상당한 액수의 특수활동비를 쓰고 있다.
물론 국정원 등의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안보 관련 활동에 쓰이는 것이어서 세세한 내용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큰 규모의 예산이 아무런 통제 없이 당사자들의 양식에만 맡겨 사용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기밀유지가 필요한 분야는 최소화해 인정하고 보호하되, 나머지 국회나 청와대 여타 행정부처의 특수활동비는 사후 용처를 제출하는 식으로라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회 특수활동비가 문제됐을 때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보완 필요성에 공감했고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비등한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시늉이 아니라면 여야가 특수활동비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감독 장치를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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