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中企·공공기술 만남 주선…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해야

입력
2015.08.28 04:40
0 0

中企 기술력 한계 자력 극복 힘들어, 공공기술 이전 통해 사업화 절실

정부출연연구기관 생산성 1.3%대… 美 4.3%의 절반에도 못미쳐

기술 개발 실패 용인 분위기 조성, 사업화 단계까지 세제지원 연장을

모두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사무실에서 반도체 불량 검사 장비를 시험하고 있다. 모두테크놀로지 제공
모두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사무실에서 반도체 불량 검사 장비를 시험하고 있다. 모두테크놀로지 제공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는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그런 위상에 걸맞지 않게 연 200억원에 육박하는 반도체 완제품 불량 검사 장비의 대부분을 값비싼 외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손잡은 벤처기업 모두테크놀로지가 반도체 검사장비의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모두테크놀로지는 지난 2012년 한 과학기술 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 받아 내년 초 독자적인 국산 반도체 검사장비를 내놓을 예정이다. 유재형 모두테크놀로지 대표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기술 지원으로 외국 기업의 특허를 피해 국산 장비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은 기술 이전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고 전했다.

모두테크놀로지는 국내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이번에 개발한 장비의 상용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이 장비가 내년에 본격 출시되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기술 등 외부 자원 이용 늘려야 글로벌 경쟁력 상승

이처럼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공공연구의 기술 이전을 통한 사업화가 절실하다. 정부 기관이나 지원연구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개발된 기술이 단순한 지식 창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ㆍ경제적 편익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공 기술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기술력이 뒤쳐지는 중소ㆍ중견기업들에게 이전돼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공공 기술의 지원과 이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곡 기술의 사업화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으로부터 ‘히트파이프를 이용한 폐열회수 열교환기 원천설계기술’ 지원을 받은 중소업체 유니웰은 지난 4월 마침내 1,000만달러(약 108억원) 규모의 중국 수출 계약을 따냈다. 열전도율이 뛰어난 히트파이프는 고온부 열을 저온부로 보내는 부품이다. 에너지 전달이나 급속 냉각이 필요한 장치 등에 주로 사용된다.

유니웰의 히트파이프 열교환기는 저렴한 가격에 선진국 제품 못지않은 품질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백구현 유니웰 대표는 “한국기계연구원과 오랫동안 협력하지 않았으면 1,000만달러 수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기술적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을 위해 공공기관들과 협업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간 교류 활성화 시급

하지만 국내는 공공기술 이전이나 사업화가 부족한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2014년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ㆍ사업화 조사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생산성은 2009년 1.35%와 비슷한 1.36%에 머물렀다. 이는 미국 4.31%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연구생산성은 당해 연도에 투입된 총 연구개발비 대비 기술료 수입으로 산출된다.

2016년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예산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삭감된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내년 국방과 인문, 사회 분야를 제외한 19개 부처 373개 주요 R&D 사업에 올해 보다 2.3% 줄어든 12조6,380억원을 집행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우리 정부에서 R&D 예산이 줄어든 것은 지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하게 R&D 투자 증대가 이뤄졌으나 투자 대비 성과가 턱없이 부족해 예산이 삭감됐다는 평가다. 아직도 우리나라 R&D 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지속한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선 이번 예산 삭감을 계기로 실질적인 공공기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래야 수익이 발생해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술 활성화를 위해서는 실패도 용인되는 사회적인 분위기 풍토 조성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성공과 안전 제일주의에 매몰되다 보니 혁신적인 공공기술의 발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업계에서는 R&D에만 치중된 세제 지원을 기술이전 및 사업화 단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공공기술의 원활한 민간기업 이전을 위해 공공기술을 보유한 정부기관과 이를 필요로 하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공공기술 이전이나 사업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들 사이에 혁신적인 아이디어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포럼이나 세미나, 전시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