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론 한계,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야
“디지털 시대에 ‘창조(Creative)’란 단지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을 뜻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회적 관심사나 소비자들의 요구까지 해결해 줘야 한다. 기업들의 경우 가상현실(VR) 등 다양하게 발전하는 기술로 제품의 특징을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전통적인 광고기획사들이 디지털 마케팅 회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TV나 신문의 광고 제작 등 고전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기술력과 기업 브랜드 특징을 살린 제품을 결합해 소비자 체험을 유도하는 종합 마케팅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1위 광고기획사 제일기획은 이를 위한 전담 임원이 따로 있다. 바로 글로벌 창조(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총괄(CCOㆍChief Creative Officer)하는 말콤 포인튼 전무가 주인공이다. 그는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전략이 잘 반영된 사례로 제일기획이 내놓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꼽았다. 자폐아들을 위한 ‘룩앳미’라는 앱이다. 그는 “광고회사가 모바일 앱까지 만든 것이 의외일 수 있다”며 “제일기획은 삼성의 모바일 기술이 자폐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앱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과 삼성전자가 공동 개발한 룩앳미는 자폐아들이 타인과 눈을 맞추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는 앱이다. 2005년 칸 광고제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포인튼 전무는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광고제에서 최근 수상한 삼성전자의‘ 룩앳미’와 ‘파워슬립’등의 사회적 캠페인 광고는 모두 제일기획의 ‘솔루션형 크리에이티브’로 제작됐다”며 “룩앳미에서 알 수 있듯이 제일기획은 이미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기업”이라고 말했다. 제일기획이 추구하는 솔루션형 크리에이티브란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기업 브랜드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광고회사들의 이 같은 변신은 디지털 발전으로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광고회사 기능까지 직접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포인튼 전무는 “앞으로 세계 광고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업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광고 회사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빠른 기술 변화 속에서 광고회사들이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입지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포인튼 전무는 광고회사들이 앞으로 소비자들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상호작용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브랜드와 소비자를 서로 연결하려면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점점 기업이 사회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광고인의 창의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칸 출품작을 보면 기업들이 사회에 다양하게 기여하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그만큼 소비자나 개인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포인튼 전무는 세계 광고업계가 주목하는 기술 경향으로 가상현실(VR)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매 마케팅, 사물인터넷(IoT) 등을 꼽았다. 그는 “이 같은 기술 변화에 맞춰 제일기획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팀(GNT)을 운영한다”며 “영국 런던과 중국 상하이 등 각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크리에이티브, 리테일 마케팅, 디지털 분야 전문가들이 서울 본사와 긴밀하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위대한 예술가가 되려면 항상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해 “창의력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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