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파발검문소에서 총기사고를 일으켜 의경을 숨지게 한 박모(54) 경위가 구속됐다.
서울 서부지법 서보민 영장전담판사는 27일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박 경위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박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그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박 경위는 25일 실탄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 발사해 검문소에서 함께 근무하던 박모(21) 상경의 왼쪽 가슴을 맞춰 숨지게 했다.
경찰 수사결과 박 경위가 과거 우울증을 앓았던 전력도 새롭게 드러났다.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박 경위는 2009~2010년 우울증 투약 처방을 세 차례 받았으며, 현재도 불안신경증세로 약물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우울증 증세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며 약을 먹어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박 경위의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주변인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상경이 입대 전 다녔던 동국대 학생 3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의 진상규명과 강신명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강 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박 상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원자력병원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강 청장은 “강도높은 감찰 조사를 진행해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물론, 전국 경찰서를 대상으로 총기안전 관리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근무 중 숨진 박 상경은 서울경찰청 순직심사위원회에서 순직으로 인정받아 28일 은평서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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