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언론 긍정 편향 보도 남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미용사로 일해온 장(張)모씨는 지난 3월 생애 처음으로 주식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그는 정부가 지탱해줄 것이라 믿었던 기업들에 투자했고, 운 좋게도 곧바로 두 배의 이익을 봤다. 장씨는 “순식간에 5만위안(약 910만원)을 벌 게 해준 중국 공산당에 감사하는 마음이 넘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신의 가게를 열고 포드 머스탱 스포츠카를 사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전 재산을 주식투자에 쏟아 부은 장씨는 그러나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정책과 경제상황을 긍정 일색으로 보여준 관영언론을 그대로 믿었던 게 잘못이었다. 그는 6월 이후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는 증시에서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투자액을 몽땅 날려야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장씨처럼 중국정부와 관영언론의 장밋빛 전망에 호응해 투자에 나섰던 ‘개미’들이 이달 들어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망이 크게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WP는 증시 전망에 대해 중국 당국과 언론이 제공한 정보가 지나치게 긍정 편향적이었고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번 폭락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주식 폭락 후 중국 당국과 관영 언론에 대한 중국인들의 ‘냉소’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문은 “4월 상하이종합지수가 4,000포인트를 찍을 당시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제 대세 상승이 시작된 것 뿐’이라는 사설을 게재하며 분위기를 띄웠다”라며 “정작 이번 주 3,000포인트가 무너질 정도로 폭락이 이어졌지만 이에 대해선 인민일보를 비롯한 여러 관영매체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관영언론의 전망이 정부의 의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척도라 믿어온 중국 투자자들의 신뢰는 무너졌고 이는 온라인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한 여성 투자자는 인민일보 게시판에 “4,000포인트를 넘어 계속 증시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믿고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아파트를 날렸다”라며 “정부의 이러한 거짓말이 아직 귀에 생생하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부양책만을 강조해온 중국 정부가 결국 가장 중요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이 증시 폭락 중에도 장밋빛 전망을 거두지 않아 ‘묻지마’투자를 멈추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즐비하다고 신문은 전한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여성은 “아직 바닥을 친 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10만 위안을 더 증시에 투자할 생각이고, 적당한 시기를 노리는 중이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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