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주무장관이기도 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의 처신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는 25일 새누리당 의원연찬회에 참석, 만찬을 함께 하며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외치는 건배사를 했다고 한다. 자신이 “총선”을 선창하고 새누리당 의원들로 하여금 “필승”을 외치게 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에 명백히 어긋나는 부적절한 언행이다. 지자체를 통해 각종 선거를 지원하는 행정자치부의 수장으로서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선거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선거진행을 관리해야 할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정 장관의 처신은 헌법에도 위반된다. 우리 헌법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로 보장된다(7조1,2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정당의 기회균등(116조1항)을 보장하고 있다. 정 장관이 집권여당의 필승을 외친 것은 국민 전체 봉사자라는 본분을 망각한 것이며 정당의 기회균등 보장에도 어긋난다. 내로라 하는 헌법학자 출신인 그의 법의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협상 난항에 따른 국회 파행 때는 국회해산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지난 6월 시행령을 둘러싼 국회법개정안 논란 와중에는 자신의 저서에서 피력한 소신에 대해 침묵을 지켜 빈축을 샀다. 장관후보자 청문회 때 드러난 각종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하나같이 양식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례들이다. 정 장관은 이번 일에 대해서만큼은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
어설픈 해명으로 조기 진화에 급급하는 새누리당의 자세도 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는 27일 정 장관의 건배사가 부적절했다면서도 “덕담 수준” “(건배사에서) 새누리당이라는 말은 안 했다”는 등의 얕은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이와 함께 최경환 부총리의 연찬회 특강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그는 하반기 경제동향을 보고하며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3%중반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서 당의 총선 일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선심행정을 통한 관건선거를 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7일 정 장관과 최 부총리를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중앙선관위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 규정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내리기 바란다. 새누리당은 그 전에라도 일련의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해야 한다. 그게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할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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