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일부 시인… 여죄 추궁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20대 여성과 이른바 ‘워터파크 몰카(몰래카메라)’촬영을 공모한(본보 8월27일자 27면)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촬영을 실행한 최모(26ㆍ여)씨가 검거된 지 이틀만이다. 이 남성은 “몰카 영상은 소장용이었으며, 유포하지 않고 모두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경기 용인동부서는 27일 낮 12시45분쯤 전남 장성군 백양사휴게소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강모(33)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강씨는 “최씨에게 촬영을 지시했다”며 범행을 일부 시인했다.
조사결과 강씨는 범행 장소인 워터파크 4곳에 최씨와 동행한 뒤 밖에서 기다렸다가 동영상을 건네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씨는 촬영 대가로 최씨에게 30만~60만원씩 모두 200만원을 줬다. 촬영 기기인 스마트폰 케이스형태의 초소형 카메라는 지난해 7월 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인천의 한 업체에서 4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강씨는 그러나 “호기심에 소장하려고 몰카 촬영을 지시했다”며 유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영상이 담긴 외장하드와 카메라도 4~5개월 전 집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어떻게 인터넷에 퍼졌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씨가 사건이 불거진 뒤 최씨와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하며 해외 도피를 모의한 정황을 포착, 이 같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강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와 여죄 등을 조사한 뒤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앞서 25일 검거한 최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강씨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변호사를 선임해 자수하려던 중 붙잡혔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영상물 유포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씨는 이날 구속됐다. 김관구 수원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는 주거지가 일정치 않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씨는 강씨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7월16일부터 8월7일까지 유명 워터파크 3곳과 야외수영장 1곳의 샤워실 내부 여성들의 알몸 등을 몰래 촬영한 혐의다. 최씨는 “유흥업소 일을 그만두면서 생활비가 부족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최씨가 찍은 동영상은 경찰이 확보한 것만 10GB(기가바이트), 185분 분량으로 피해여성은 200여명에 이른다. 촬영 당시 화면을 확인할 수 없었던 최씨는 맞은편 거울을 통해 자신까지 영상에 담기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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