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레슬링·스모 여성팬 급증
일본 스포츠 현장에 여성팬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야구 레슬링 스모 같은 종목에 여성팬들이 몰리고 있는데, “카프女”(프로야구팀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여성팬)나 “리키조”(스모 선수를 뜻하는 ‘리키시’와 ‘여성’을 합친 말) 같은 애칭들이 유행할 정도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올해 초여름, 파란하늘 아래 요코하마(橫浜)스타디움이 핑크색 깃발로 뒤덮였다. 홈팀 DeNA베이스타스는 여성관중을 위한 ‘걸스 페스티벌’을 마련했다. 파란 줄무늬에 분홍색 ‘YOKOHAMA’로고가 들어간 여성 한정판 유니폼을 준비하고, 무료로 머리를 관리해주는 미용코너가 배치됐다. 2만8,900여 좌석 중 절반이상이 여성들이었다. 구단은 공식팬클럽의 여성회원 수가 4년 전에 비해 10배나 증가해 여성을 겨냥한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격렬한 충돌이 이어져 전통적으로 남성팬이 압도적이었던 프로레슬링 세계에도 ‘프조시’(프로레슬링 여자)로 불리는 여성팬이 등장했다. 올 6월 신일본프로레슬링이 주최해 도쿄 요요기 제2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는 아기를 안고 있거나 남자친구와 나란히 앉아있는 여성들로 가득 찼다. 예전엔 남녀비율이 ‘9대1’이었지만 요즘 ‘7대3’정도로 바뀌었다.
일본 전통씨름인 스모 경기장 풍경도 다르지 않다. 올 1월 여성만을 위한 ‘스모팬’이란 잡지가 탄생했을 정도다. 천하장사 격인 ‘요코즈나’계급 3명이 전부 몽골출신이어서 전반적인 인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사그라지고 있지만, 여성팬들이 늘어나면서 흥행 복원의 새로운 타깃으로 기대 받고 있다. 팬미팅에선 우람한 덩치의 선수들이 여성 팬을 안고 사진 찍는 장면이 흔해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 같은 현상이 여성에게 누적된 사회에 대한 불만의 발산 장소가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대학(日本大學) 예술학부 사토아야코(佐藤綾子) 교수는 “일본에서 온순하고 착하기 만한 초식남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은 링이나 씨름판,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는 ‘진짜 사나이’를 갈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전력 질주하다 거칠게 몸을 부딪치고, 경기에 패한 후 분해 눈물 흘리는 모습 등 룰을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토 교수는 “회사나 소속조직에서 사회적 욕구불만을 안고 있는 여성들에게 자기표현의 장이 되는 측면도 있다”며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고, 마음껏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여성의 심리를 반영한 사회현상이란 설명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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