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중징계 요구 한 달 째 미뤄
행정자치부가 지난 2월 설을 앞두고 수상한 돈봉투와 뭉칫돈, 상품권 등을 갖고 있다가 국무조정실 소속 암행감찰반에 적발된 광주시 A서기관(4급)에 대해 중징계를 하도록 시에 요구했다. 행자부는 또 직원 3명이 A서기관에게 떡값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주의 요구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시는 행자부의 중징계 요구를 통보 받고도 한 달 가까이 인사위원회 개최를 미루고 A서기관에 대한 행자부 감사 결과 내용도 함구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27일 시에 따르면 행자부는 지난달 말 A서기관에 대한 감사 결과를 시에 통보하면서 A서기관에 대해 중징계, B사무관 등 직원 3명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를 각각 할 것을 요구했다. 중징계에는 파면, 해임, 정직, 강등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
A서기관은 광주시청 모 과장으로 근무하던 2월 12일 오후 사무실 책상 위에 있던 업무일지(수첩)에 현금 10만원씩 든 돈봉투 4개와 10만원권 상품권 1개, 지갑 속에 현금 160만원을 각각 보관하고 있다가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실 조사관들에게 적발됐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A서기관이 가지고 있던 돈봉투 등 금품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 행자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고 행자부는 A서기관 등을 상대로 감사를 벌였다. A서기관은 그 동안 암행감찰반에 적발된 금품에 대해 “설을 앞두고 평소 신세를 졌던 시의원 등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개인 돈으로 준비해뒀던 것”, “지갑에 있던 돈은 명절 때 쓰려고 준비해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A서기관은 현재 광주시 산하 모 사업소 간부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행자부 감사 결과, A서기관의 주장과 달리 문제가 된 금품 중 일부는 A서기관이 아랫 직원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감사 결과엔 직원 3명이 각각 20만~30만원 범위 내에서 A서기관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나오지만 이는 대가성은 없고, 명절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A서기관이 직원들에게 명절 떡값을 상납받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는 나머지 금품에 대한 행자부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더구나 시는 A서기관이 금품을 상납받은 정황까지 드러났는데도 A서기관에 대한 징계양형 결정을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 요구를 미루는 등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앞서 시는 암행감찰반 적발 때도 A서기관을 인사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석 달 뒤인 지난 5월 22일에야 사업소로 발령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러 A서기관 등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지 않는 게 아니다. 관련 규정에 따라 행자부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은 지 두 달 안에 징계를 하면 되기 때문에 다음 달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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