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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품화가 나쁜가요? 상업성보다 수동성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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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품화가 나쁜가요? 상업성보다 수동성이 문제

입력
2015.08.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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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젖은 잡지' 정두리 편집장

“맥심 걸에 나갔다고 왜 비난 받아야 하죠?”

독립 도색 잡지 ‘젖은 잡지’ 편집장 정두리(26)씨는 1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지난해 성인용 잡지 ‘맥심’의 여성 모델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 남성 이성애자 중심의 편견을 깨는 잡지의 편집장으로서 모순적인 행보라며 평소 그를 지지하던 페미니스트들이 등을 돌렸다. 정씨는 “애초엔 잡지 발간 비용 조달이 목적이었다”면서 “원래 섹슈얼 관련 작업을 하고 있었고 보여주려는 욕망도 있었는데 그게 왜 부정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씨의 맥심 관련 발언은 인터뷰 후에도 화제가 됐다. 맥심이 9월호 표지에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쓴 것을 비난하며 표지 사진 촬영을 거부한 것이다. 그는 SNS에 “여성에 대해 폭력적인 시선을 가진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썼다.

계간 발행이 목표인 젖은 잡지는 2013년 여름 1호를 시작으로 4호까지 나왔고 현재 5호를 만들고 있다. 국내 미대 졸업 후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던 정씨가 “세상과 부딪쳐 세상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싶어서” 만든 잡지다. “도덕적 엄숙주의가 강하지만 어느 나라 못잖게 성 산업이 번창한 이중적 사회가 한국입니다. 자극이 흔한데도 진짜 내가 원하는 자극은 없었어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취향들, 주류 남성들에겐 생소한 페티시(성적 감정을 환기하는 대상물)나 이슈들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20대 여성이 도색 잡지를 만든다고 하자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수간(獸姦), 동성애 등을 주제로 한 글과 사진에 당황하는 독자도 많았다. 그는 “남성 중심적 시선 밖에 있는 타자들의 욕망을 다루려 했다”며 20대 여자가 도색 잡지를 만든다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예술고를 중퇴하고 대안학교에 들어가 여성주의 시각미술이론을 접한 뒤 남성 중심적 시스템을 교란하는 실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의 BJ 출연, 출사(出寫) 사진모델 활동 등으로 기존의 관습을 깨는 실험을 했다. 잡지 발행은 그러한 활동의 “최종 버전”이다.

정씨는 “성 상품화가 왜 나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업성이 아니라 수동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술작가는 자기 작업을 적극적으로 팔아 수익을 내고 그걸로 계속 작업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면서 “섹슈얼리티를 능동적으로 파는 게 왜 비난 받을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젖은 잡지 출간 계기ㆍ과정 등을 보여주는 첫 개인전을 준비 중이라는 정씨는 작업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다. “되고 싶은 건 작가지만 잡지도 계속 내고 세미나ㆍ전시ㆍ파티 등도 해보고 싶습니다. 매체나 방식에 관계 없이 섹슈얼리티란 주제를 다룰 겁니다. 언니처럼 되고 싶단 고백을 여고생 팬들에게 들을 때 가장 뿌듯해요. 그들이 욕망의 주인이 되길 바랍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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