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러시아군을 투입 사실을 줄곧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한 매체가 실수로 해당 지역의 러시아 군인 사상자수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의 공신력 있는 뉴스사이트 ‘비즈니스 라이프’는 최근 ‘2015년 국방비 증가’라는 기사에 동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사상자수가 포함돼 있었다고 26일 미국 경제전문 포브스가 보도했다. 기사는 곧 삭제됐으나 이미 우크라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세계에 퍼져나간 후였다.
문제의 기사에는 사상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이 나와 있다. 사망한 군인 가족은 사망자 1인당 300만루블(약 5,200만원)을, 부상당한 군인은 150만루블(2,600만원)씩을 보상금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5년 2월 1일까지 2,000명 이상의 사망자 가족과 3,200명의 부상자들이 이 보상금을 수령했다고 나와 있다. 죽거나 다친 군인수가 5,000명이 넘는다면 참전 군인수는 적게 잡아도 수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올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든 러시아 군의 사망자수를 국가 기밀로 간주,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전에는 전쟁 시의 사망자수만 기밀로 분류됐다. 당시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의 관련성은 부인하며, ‘국가기밀법 개선’의 일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러시아‘유라시아 전문가 제임스 닉시는 “이번 유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의 또 다른 증거이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사진, 위성, 증언 등 많은 증거들이 러시아의 군사 지원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러시아 당국은 해당 기사에 대해 서방이 선전용으로 위조한 내용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최전방 군인들이 자신의 죽음이 기밀로 부쳐지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조차 모른다면 계속 충성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언젠가는 진실이 새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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