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7일 미술가 이반(73)씨가 경의선 철도 도라산역에 그린 벽화를 철거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예술의 자유와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씨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씨는 참여정부 시절 2005~2007년 통일부 의뢰로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에 벽화를 그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는 ‘전반적으로 색상이 어둡고 난해하며, 민중화로 무당집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이씨 동의 없이 2010년 5월 벽화를 철거해 소각했다.
1심은 “정부가 동의는 구하지 않았지만 예술가가 대가를 받았다면 저작물에 대한 운명을 점유자의 손에 맡긴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벽화를 철거하고 소각한 것은 이씨가 예술창작자로서 갖는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객관적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정 예술작품을 국가가 일방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예술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할 수 있다”며 “그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벽화를 폐기한 것은 정부의 미술품 보관 관리규정에도 위반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정부는 벽화 철거로 원고의 명예감정이 침해될 것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철거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