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률 11%… 1년새 2배 증가 속 법원 영장 기각률 34%로 치솟아
지난해 경찰의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구속 비율이 전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같은 기간 10%포인트 늘어 경찰이 무리한 구속 수사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와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경찰에 구속된 사범 비율은 전체 검거 건수의 10.7%였다. 1만5,142명이 관련 죄목으로 붙잡혀 이 중 1,617명이 구속됐다. 2013년(4.3%), 2012년(5.1%)의 구속률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에 반해 법원은 지난해 경찰이 신청한 공무집행방해사범에 대한 구속영장의 34%를 기각했다. 전년(24%)보다 10%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경찰이 증거자료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영장을 신청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남춘 의원은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도 구속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경찰력 남용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집행방해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경찰의 잣대는 경찰 수뇌부가 2013년과 지난해 잇따라 엄정한 공권력 확립을 천명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가 나온다. 또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방해 행위에 대한 인식만으로 죄의 성립이 가능하고,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비교적 강한 처벌이 내려져 범죄 억제력을 키우는 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경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공무집행방해죄 적용과 구속 수사를 남발하면 범법자와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에서는 40대 남성이 술에 취해 경관에게 욕설을 하고 어깨를 흔들다가 계급장을 뜯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최근 충북 충주에서는 50대 남성이 경찰관의 팔을 비튼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의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6년간 송사를 겪은 끝에 위증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깨를 잡는 등의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위로 구속까지 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이 경찰관 개인의 자존심과 기분, 성격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공권력이 국민을 옥죄는 듯한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표현의 자유 등 헌법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의 공무집행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면 합법 집회에서조차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경찰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내부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나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죄 적용과 관련한 교육을 강화하고 구속수사 필요성도 좀 더 신중하게 관리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미경 의원은 “공권력은 국민의 존중과 신뢰가 전제돼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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