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후보가 비판해 논란 일어… 병역혜택 등 실익 전보다 떨어져
최근엔 자녀 성별 선택위해 원정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아시아인들의 원정출산을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미국 원정출산의 열기가 한풀 꺾인 상태다. ‘미국시민권자’로 누릴 수 있는 실익이 전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26일 미국 이민연구센터(CIS)에 따르면 미국에서 원정출산으로 태어나는 신생아는 연간 3만6,000여명에 달한다. 이중에서 아시아계가 얼마나 차지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확한 원정출산 현황은 집계된 것이 없다. 다만 국내 원정출산 대행업계가 외국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신생아 수를 한 해 4,000~5,000명 정도로 추산할 뿐이다. 캐나다로 원정출산을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가장 선호하는 곳은 역시 미국이다. 미국 내에선 한국인에게 익숙한 로스앤젤레스(LA), 괌, 하와이, 사이판 등지가 꼽힌다.
미국 원정출산은 2000년대 초반 붐을 이뤘다. 당시 부유층을 중심으로 교육과 병역면제 등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한 해 7,000명가량(업계 추산)이 원정출산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3년 미국 이민당국과 우리 사법당국이 업체 단속에 나서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현재도 원정출산 수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LA에서 한인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A씨는 “현지 유학생이나 교민들 외에 원정출산을 위해 온 본국 사람들이 산후조리원을 많이 찾는다”며 “시민권이 있으면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고 대학의 학비 혜택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미국 유학생활을 하며 서러움을 겪은 부모들이 원정출산을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자녀가 미국 시민권을 가지면 미국 출입국이 편하다는 것도 이들이 원정출산을 감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에는 자녀의 성별을 선택하기 위한 ‘미국행 원정출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김현숙 당시 의원(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아메리칸메드사’의 경우 11년 넘게 성별 선택 임신 행위를 알선해 왔고, 지금까지 1,500여명의 한국인이 원정출산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원정출산의 실익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괌에서 운영 중인 한 원정출산 업체에 따르면 최소 2개월간 체류해야 하는 원정출산에 드는 비용은 숙박비, 병원비, 서비스 비용 등을 합쳐 1만달러(1,189만원)에서 1만8,000달러(2,140만원)에 달한다. 항공료는 별도이며 제왕절개 시 300만원가량 더 추가된다. 다른 국내 원정출산 대행업계에 따르면 출산 비용 외에 대행업체 알선비로 최대 5만달러(약 6,000만원)를 더 요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모가 타국에서 홀로 겪는 어려움도 크다.
또 과거에는 병역 문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정출산이 활용됐지만 2005년 6월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이마저 쉽지 않아졌다. 현행법상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남자들은 정상적인 병역 의무를 마치기 전까지는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군복무를 원하지 않는다면 병역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는 해에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만 한다.
관광비자로 원정출산을 한 경우 미국으로 재입국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제변호사는 “관광비자를 통해 입국한 뒤 원정출산을 하는 것은 관광비자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재입국 시 원정출산 정황이 발견될 경우 입국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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