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연찬회 만찬서 건배사
"명백한 총선 개입성 발언"
野, 해임 촉구 등 강력 반발
與 "일반적인 덕담 수준"
선관위 "고발 들어오면 검토" 신중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친 것 때문이다. 지자체를 관할하며 각종 선거를 지원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명백한 총선 개입성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25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했다가 만찬을 함께 하면서 “제가 ‘총선’이라고 외치면 의원님들은 ‘필승’을 외쳐달라”는 건배사를 했다. 26일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총선”선창에 현장에 있던 60~70명의 의원들은 “필승”을 외쳤고 일부는 박수까지 치는 등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국정감사와 내년 예산안 처리 등 정기국회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박 2일로 진행된 이번 연찬회는 내년 4월 총선 대비책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자체를 통해 각종 선거를 지원하는 행자부의 수장이다. 선거와 관련된 주요 업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맡지만 선거인명부 작성과 개표 등의 지원업무는 지자체에서 이뤄진다.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목전에 둔 2004년 2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겪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새천년민주당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정 장관의 해임까지 촉구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행자부는 선거가 공정히 진행되도록 관리해야 할 주무부처”라며 “가장 중립을 지켜야 할 장관이 여당 의원들 앞에서 ‘총선 필승’을 외친 건 본분을 망각한 망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27일 정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중앙선관위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정 장관의 건배사는) 일반적인 덕담 수준으로 일반유권자 앞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도 아니다”라며 “새누리당이라고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건배구호까지 당리당략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반발했다.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녁식사 자리라 해도 명백한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발언”이라며 “민감한 발언을 하는데도 옆에서 주의를 주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적절한 처사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고발이 들어오면 세부 내용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 장관과 함께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 특강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최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동향을 보고하며“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중반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서 당의 총선 일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이날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를 골자로 한 소비 진작책을 쏟아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심윤지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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