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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친일 후손의 삶 취재 돋보여… 목함 지뢰 보도는 짜임새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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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친일 후손의 삶 취재 돋보여… 목함 지뢰 보도는 짜임새 아쉬워"

입력
2015.08.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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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제의 난 보도

관련 박스·키워딩·의제 흥미 유발… 재벌 지배 구조 심층 분석은 부족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

블랙박스 관련 의문점 추적 미흡… 사건 중심 보단 다양한 시각 필요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들이 19일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롯데가 분쟁, 국정원 직원 자살 및 해킹 논란, DMZ 지뢰 도발 사건 보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들이 19일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롯데가 분쟁, 국정원 직원 자살 및 해킹 논란, DMZ 지뢰 도발 사건 보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국일보 기사의 독자 권익 침해 여부를 따져보고 신문 편집 개선 방향을 조언하는 독자권익위원회 8월 회의가 1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와이즈타워 18층 한국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4월 출범 후 다섯 번째인 이번 회의에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권광중 위원장을 비롯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주부 정희수씨, 대학생 윤여진(경희대) 변은샘(가톨릭대)씨와 한국일보에서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진성훈 편집위원이 참석했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 ‘국정원 직원 자살 및 해킹 논란’ ‘DMZ 지뢰 도발 사건’ 등을 중심으로 논의한 내용을 정리했다.

권광중=‘日 미쓰비시 “한국 징용피해자는 법적 상황 달라”’(7월 22일자)나 사설 ‘도덕적 채무 의식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출발점’(7월 26일자)에서 법적 상황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强占)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소송으로 드러난 변호사 성공보수금’(7월 25일자) 기사에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착수금 3,000만원에 성공보수 5,000만원 정도, 부장검사 출신들은 착수금 1,000만원에 성공보수 5,000만원 정도, 검사장 출신은 대형사건의 경우 착수금 5,000만원 이상, 성공 보수는 수억~수십억원대가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내용은 근거 없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3,000만원 착수금 받는 것도 많이 받는 경우다. 과장된 기사다.

지난 14일자 ‘건설사 담합사실 나중에 밝혀도 구제…희한한 ‘사전 면죄부’’ 기사는 사면 당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없고, 사면 조치 후에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내려질 사안의 경우도 사면 대상이 되는 것이 법리상 가능한 것이냐를 지적했다. 다른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것을 적절하게 지적했다.

지평님=지뢰 폭발 사건, 국정원 관련해서는 특이사항이 없었고 적절하게 보도한 것 같다. 롯데 사태에서 몇 가지만 말하면 ‘롯데, 신동주 쿠데타 실패’(7월 29일자)라는 제목의 박스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한 한국일보의 사설과 칼럼이 양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많이 아쉬웠다. 세 차례에 걸쳐 사설에서 롯데 문제를 다루었지만 논조가 매우 약하고 원론적인 지적에 머문다는 느낌이 강했다. 한국 재벌구조의 기형적인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문제에 대해 왜 이렇게 미온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복 70년 기획물을 ‘광복 70년 독립운동가 70년’과 ‘광복 70년, 분단 70년’ 등 두 개의 테마로 나눠 보도한 것이 눈에 띄었다. 특히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후손들의 삶이 보여주는 한국 현대사의 아이러니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조명해왔지만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야 할 문제라고 본다. 여기에 허술한 보상정책 및 보훈정책을 조목조목 짚어낸 취재도 돋보였다. 다섯 차례 연재한 ‘청년고용, 빙하기가 온다’도 의미 있게 읽었고, ‘배려심 어디 갔나…‘갈등 대한민국’’ 기획도 좋았다.

문화면 연재 ‘대중문화 Bic 10’을 재미있게 읽었다. 사람을 통해 21세기 한국 문화지형도를 그려본다는 재미와 의미가 컸다. 문화 콘텐츠가 지닌 막강한 파괴력과 문화산업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유형의 연재물이나 기획물을 꾸준히 개발해주었으면 좋겠다. 지난 17일자 장학만 선임기자의 토마스 프레이 인터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향후 10년 한국사회가 직면할 주요 도전과제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 스타트업 활성화/ 기술발달로 인한 실업자 증가/ 남북통일을 꼽았는데 향후 이런 문제들을 한국일보가 장기ㆍ심층 보도해주면 좋겠다.

정희수=국정원 자살 사건을 보면 처음에는 ‘민간인 대상 해킹이 아니다’라고 하다가 5일 후 자살을 했다. 자살 전 급히 지운 파일은 국가 기밀이라며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불러온 자료’라고 했다. 언론이 매의 눈으로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자체가 무의미하고,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선까지만 보여주기 식으로 하고 지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북한 지뢰 도발은 (당국 발표 이후)너무도 신속하게 취재, 보도했다. 사고 후 부상당했는데도 해맑게 웃는 병사 사진이 나오는 등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작은 배려가 사회를 바꾼다’기획, 커버 스토리 ‘책 읽는 풍경 사라진 지하철’ 등은 굉장히 좋았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문화수준은 비슷하지만 시민의식은 다르다. 앞으로 자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의미 있는 기획을 잘 만들어주면 좋겠다. TV를 많이 안 보는 편인데 신문을 넘기다 TV 편성면을 보게 됐다. 한쪽에 조그맣게 프로그램 설명이 있는데 거기 소개된 다큐멘터리 내용이 좋아 보여서 일부러 방송을 찾아 보게 되더라. 유익한 걸 소개해주면 나처럼 TV로까지 연결되지 않을까.

최창렬=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제안한 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하여 7월 28자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시 여야간, 영호남 의석수 변화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더 상세히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의미와 여야의 속내를 박스 형태로 별도로 다루면 좋지 않았을까. 8월 초에 이와 관련한 심층 기획기사가 잘 보도됐지만, 제기된 이슈에 대해 조금 더 빠르게 대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3, 4일자 선거제도나 노동개혁 관련 사설은 균형 잡힌 시각과 지향이 돋보였다.

‘국정원 직원 자살’과 관련해 경찰의 늑장 도착 기사와 블랙박스에서 28분이 사라진 점, 나중에 블랙박스 작동 뒤 나타난 화면이 블랙박스 꺼지기 전의 사진과 다른 점 등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가 아쉬웠다. 롯데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관치전락 우려” 등 상충 논리에 대한 심층 기사가 눈에 띄지 않았다. 메르스 종식 관련 기사가 좀 빈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문책도 없고, 대책도 미약한 정부의 메르스 종식 선언에 대해 보다 비판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변은샘=국정원 의혹 때마다 있었던 꼬리 자르기 시도나 국가 정보원 지휘 체계를 보여주는 등 현 사건을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내용을 다루어 좋았다. 롯데가 분쟁 관련 보도에서 좀 더 확장된 문제로 가져가 대기업들의 현 순환출자 상황 등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DMZ 지뢰 도발 사건은 4일 발생됐는데 8월 10일 전에 보도하지 않은 이유를 12일자 사설에서 정부 당국이 보도유예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내용을 기사에서도 설명해주었다면 4일 발생한 사건이 늦게 보도된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에 대해 다룬 기획기사가 평소 주목하지 않은 부분이어서 좋았고 시기적으로 맞아 더 관심이 갔다. 이처럼 시의성 있는 기획기사들로 평소 주목하지 않은 내용들도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

윤여진=‘지분 0.05% 황제경영이 ‘롯데의 난’ 불렀다’(8월 3일자) 기사는 키워딩과 의제 설정에서 돋보인 기사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그룹 0.05% 지분 보도는 한국일보가 처음이었다. 롯데가 문제를 재벌개혁 문제로 보게 한 의미 있는 보도였다.

목함지뢰 사건과 관련해서는 보도에 짜임새가 없었다. 우리 군에 대한 보도는 두 가지 방향이었는데, 국방부와 현장지휘부를 비판했고 GP작전에 참여한 장병을 옹호했다. 그런데 이것도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지난 11일자 ‘北 사전 징후 뚜렷했는데…軍 안이한 대응’ 기사에서는 ‘현장 사령관’의 상황 판단을 비판한다. 하지만 일반 독자가 읽었을 때 최소 부대장을 뜻하는 ‘사령관’이라는 말에 ‘현장’이라는 말이 붙어, 비판의 대상이 GP 작전에 참여한 팀장인가 하고 생각할 소지가 생겼다.

이계성=지난번 지면 개편 때 사회면을 뒤쪽으로 옮기는 등 지면 배치가 달라졌다. 이와 관련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정희수ㆍ지평님ㆍ최창렬=의도는 좋으나 2면의 ‘오늘 바라보기’가 잘 안 읽힌다. 생뚱 맞은 느낌이 든다. 1면에서 중요한 사안이 나오다가 2면에 다른 내용이 나오니 산만해 보인다. 중요한 정보를 먼저 읽고 싶은데 사회면이 뒤에 있으니 집중도가 떨어진다.

정리=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m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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