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동산고 졸업 후 2003년 KIA 유니폼을 입은 투수 임준혁(31)은 올해 프로 13년 차다. 입단 당시 포수였다가 이듬해 투수로 전향했다. 시속 150㎞를 뿌리는 강속구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팔꿈치 수술을 하는 등 잦은 부상 탓에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2004년 처음 1군 무대에 발을 디딘 이후 지난 시즌까지 거둔 승수는 고작 8승. 2014년에는 팀이 지고 있을 때 추격조로 나서기도 했다.
임준혁은 더 이상 바닥을 치기 싫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올 스프링캠프까지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죽기살기로 훈련을 했다. 김기태 신임 KIA 감독과 이대진 투수코치 또한 임준혁의 선발 가능성을 보고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개막 직후 허리 통증으로 2군에 갔고 5월이 돼서야 1군에 올라왔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와 롱릴리프 역할을 하던 그는 6월 중순 다시 한 번 1군에서 빠졌다. 그리고 7월부터 선발진에 합류하며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임준혁은 선발로 정착한 최근 10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2.70을 찍었다. 롱릴리프로 뛰며 수확했던 3승을 포함하면 벌써 시즌 8승을 따냈다.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쌓은 승수를 올해 한 번에 거둔 것이다.
특히 KIA 상승세와 궤를 같이 하며 17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5일 인천 SK전에서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7이닝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이며, 투구 수 102개는 타이였다. 또 지난 14일 삼성전부터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17'까지 늘렸다.
데뷔 후 가장 완벽한 피칭을 하고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임준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기록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9승을 놓친 아쉬움은 없고 팀이 이겨 만족한다. 앞선 등판에서 변화구 위주로 던졌는데 포수 (이)홍구가 볼 배합을 바꿔 직구 위주로 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 두 자릿수 승리에 대한 욕심보다 눈 앞의 한 경기만 보고 계속 던지겠다"고 밝혔다.
임준혁은 최근 호투의 원동력으로 팀 분위기와 제구력을 꼽았다. 그는 "팀 분위기가 좋다 보니 자연스럽게 흐름을 탄 것 같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도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신다. 스피드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제구가 먼저라는 걸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준혁은 현재 잇단 부상 후유증으로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를 뿌리지만 더 정교하고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투구로 자신감을 찾았다.
이대진 코치는 임준혁에 대해 "볼 끝에 힘이 느껴지고 공격적으로 잘 던진다. 캠프 때 방향 제시만 했을 뿐이지 폼에 손을 댄 것은 없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주기 위해 '믿고 따라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잘 믿고 따라왔다. 또 캠프 동안 선발로 뛰기 위해 체력 강화에 신경 썼던 만큼 효과를 보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앞으로 임준혁이 2승을 추가해 두 자릿수 승리 투수가 되면 KIA는 2009년 이후 6년 만에 한 시즌 10승 투수 3명을 배출한다. 올해 양현종(12승)과 스틴슨(10승)은 먼저 두 자릿수 승리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임준혁은 "10승보다는 가을 야구를 하고 싶다. 승수 욕심은 정말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KIA 임준혁.
인천=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