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각오했던 일들이에요. 보디가드는 필요치 않아요."
"장수와 민은 자넬 토막 낼 생각이야. 순순히 당하겠다는 건가?"
"제가 어찌 되든....... 그것은 제 선택이에요. 다른 사람이 참견할 일이 아니죠."
"........ 템을 만들어낸 죄책감에서 그런 거라면........ 그럴 필요 없네. 인간은 신이 아니야. 완벽할 수 없어."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에요. 제 삶에 충실하고 싶은 것뿐이죠. 제 문제는 제가 해결할 겁니다. 당신은 방해꾼이에요."
마킷은 팔짱을 낀 채, 침묵했다. 그는 수풀이 우거진 흙바닥을 바라봤다. 풀잎 사이로 개미가 지나갔다. 준은 구름의 모양이 변하는 패턴을 관찰했다.
"자네가 무척 그리울 거야."
마킷은 준의 어깨를 짚고 일어섰다.
라벨을 붙인 갈색 병들이 나란히 놓였다. 민은 튜브에 시약들을 옮겨 담고, 전자저울로 량을 측정했다. 그녀가 조제한 약을 먹게 되면 짧은 시간 안에 정신을 잃는다. 모든 것은 비밀의 방에서 이뤄졌다. 그녀는 며칠 전 새로 들여놓은 강철 의자를 바라봤다. 그곳에 손과 발을 묶으면 의자에 앉은 사람은 몸을 빼내지 못한다.
"예전에 여자의 배를 가를 때, 움직이면 더 아프다고 말하니깐. 꾹 참고 안 움직이는 거야. 창자를 꺼낼 때까지 가만히 있더라고........ 창자를 보여주니깐 그제야 미친 듯이 몸부림쳤어. 어찌나 웃기던지."
장수는 의자 받침대를 손으로 흔들면서 말했다. 코끼리를 묶어놔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재밌을 거야."
그는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민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가만히 있어. 짜릿하게 해줄게."
민은 몸을 돌려 장수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장수는 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지분거리지마! 짜릿하고 싶은 기분 아니야. 손 풀고 얼굴 치워!"
산하는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그냥 죽겠다는 거잖아요? 완전 어린애 같아요!"
"녀석은 평생 그렇게 살아왔어. 모두 녀석의 선택이야. 아무도 방해해서는 안 돼."
마킷은 마음을 정리해두었다. 더 이상의 간섭은 아집이 될 뿐이다. 준의 선택이 무엇이던........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개죽음이 될지라도........
"이건 옳지 않아요!"
"옳고 그름은 중요치 않아.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하는 거야. 선택할 수 없는 순간, 삶은 지옥이 되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대에겐 결코 아닐 수가 있는 거야. 자네 임무는 이제 끝났네. 그동안 고마웠네."
마킷은 산하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가 갈 곳은 너무나 뻔했다. 그도 준처럼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민은 핸드백에서 갈색 유리병을 꺼냈다.
"날 사랑한다면........ 이걸 마셔."
준은 순순히 유리병을 넘겨받았다.
"이게 뭐지?"
"마셔보면 알지 않을까?"
조금은 빈정거리는 말투. 예전의 민과 같은 목소리....... 다른 느낌.
"내가 주는 건데? 안 마실 거야? 날 거부하는 거니?"
그녀는 눈웃음 쳤다.
한국스포츠경제 webmaster@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