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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도 없었다… 南, 지뢰 사진 꺼내 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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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도 없었다… 南, 지뢰 사진 꺼내 기선

입력
2015.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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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본론 직행 숨막힌 설전

北 "과거는 덮자" 얼버무리기 전략

"도발 시인 안하면 얘기 못해" 단호

北, 테이블선 "사과하러 온 것 아냐"

비공개 땐 "유감 표명 어떻게" 순화

재발방지 문구 싸고 막바지 진통

南 최후통첩 강조에 김정은 OK 사인

장장 43시간, 3박 4일에 걸친 유례 없는 마라톤회담은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남북협상대표단은 사즉생의 각오로 양측의 최고지도자로부터 부여 받은 ‘특명’을 완수하기 위해 숨막히는 설전을 벌였다. 유감 표명 수용에 대해선 비교적 전반부에 결론이 났지만, 재발방지 의지에 대한 조건에 대한 이견 차로 협상은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

南 사진증거로 기선제압, 北 ‘과거는 덮자’ 물타기

22일 오후 6시 30분 평화의 집 회담장 테이블에 마주 앉은 남북 협상 대표단은 탐색전 없이 곧바로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양측이 얻어내려는 목표가 뚜렷했기에 변죽을 울릴 필요가 없었다. 우리 대표단은 일단 사진 자료부터 꺼내 들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이 북한 소행임을 증명할 수 있는 현장과 파편의 증거를 제시하며 우리 대표단은 ‘지뢰 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가 없으면 어떤 얘기도 시작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그러자 북한 대표단은 “과거의 일은 덮어두고 미래를 말하자”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23일 재개된 협상에서도 북한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나는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라고 강경한 의지를 내보였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민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투 트랙 압박에 나섰다. 사실상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선전포고인 셈이었다.

그러자 북한은 회담 공식 테이블에선 “사과하러 온 것이 아니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다가도, 비공개 장소에선 “유감 표명의 표현을 어떻게 해달라는 거냐”는 태도로 한층 순화됐다. 김관진-황병서, 홍용표-김양건의 ‘따로 또 같이’회담도 이때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회담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지뢰 도발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는 할 필요도, 할 수도 없다’는 정공법이 먹히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회담이 시작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측 최후통첩 이후 재발방지 조건이 막판 쟁점

북한의 유감 표명 의사를 확인한 뒤 협상이 한고비를 넘기자 우리 측은 24일 오후 1시 ‘부상 장병들에 대한 유감 표명과 유사 사례 발생 시 확성기 재개’라는 최종문안을 제시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받아 든 북한은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으로 돌아갔다 회담장에 5시에 복귀한 뒤 수정안을 제시한다. 과거 자신들이 곧잘 써왔던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수준의 추상적 다짐이었다. 우리 대표단은 수용할 수 없는 문구였다. 이 같은 약속은 과거에도 수 차례 나왔지만, 늘 또 다른 도발로 이어진 탓이다.

이에 우리 대표단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보다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조건을 단 재발방지 문구가 마지노선임을 강조했고, 북한은 처음엔 난색을 표했으나 자정을 얼마 앞두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사인이 전격 떨어지며 합의문을 전격 발표할 수 있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된 25일 새벽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대피소에 몸을 피해 있던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된 25일 새벽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대피소에 몸을 피해 있던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양측은 막판 문구를 조율하는 데 있어 유감 표명 대목에선 지뢰 ‘도발’을 ‘폭발’이란 표현으로 수정해 북측의 책임 소재를 흐리며 체면을 세워주는 대신, 우리는 조건을 단 재발방지 문구를 관철시키며 양측이 절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판문점 남측에 온 게 처음이라고 강조하더라”며 “남북 고위급이 만난 만큼 자신들이 풀지 못하면 더 이상은 없다는 (타결)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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