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녀의 일기' 꾸준한 관객몰이
3주간 다양성영화 중 1위
로맨틱 코미디부터 다큐까지 성찬
여름 극장가가 프랑스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올들어 24일까지 프랑스영화는 95편이 상영돼 7.2%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적은 수치로 보이지만 지난 4년간의 실적과 비교하면 올해 상영편수가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56편에 불과했던 프랑스 영화는 2014년 155편까지 뛰어 올랐다. 올 하반기는 더 많은 프랑스 영화가 상영될 전망이다. 상영작이 늘면서 장르도 다양해졌다. 코미디부터 시대극, 다큐멘터리, 감동 실화까지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공략한다.
성에 개방적인 프랑스식 성적 코드를 담은 영화는 단연 돋보인다. ‘난 그녀와 키스했다’는 10년 간 동거생활을 한 게이 커플이 결혼을 앞두고 깨질 위기에 처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광고회사의 매력적인 CEO 제레미(피오 마르마이)는 의사 남친을 두고 있지만 스웨덴에서 온 아드나(애드리애너 그라지엘)에게 빠져 한 순간에 이성애자가 된다. 게이 커플의 10년 동거를 온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이 인정하며 축복해주는 프랑스문화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리메이크 영화도 볼거리다. 딸 바보인 두 아빠와 딸들의 여행에서 불거진 발칙한 일탈을 그린 ‘원 와일드 모먼트’(27일 개봉)는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고 클로드 베리의 1977년 작품 ‘광기의 순간’을 리메이크했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로랑(뱅상 카셀)이 친구의 딸인 루나(로라 르 란)와 아찔한 하룻밤을 보낸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딸 루나가 반했다는 남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앙투안(프랑수아 클루제)과 이를 숨기려는 로랑의 좌충우돌 코믹 버전이 유지되면서 “한 번의 실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네 사람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1900년대 잘난 척하는 하녀의 일대기를 그린 ‘어느 하녀의 일기’는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만 벌써 세 번째 리메이크다. 20세기 파리와 프로방스 지방의 생생한 재연과 화려한 복식 등이 고풍스러운 영상을 만들어냈다. 지난 6일 개봉한 이 영화는 3주간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패션의 나라답게 크리스찬 디올의 민낯도 과감하게 들춰낸다. 다큐멘터리 영화 ‘디올 앤 아이’는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된 라프 시몬스가 패션쇼를 준비하는 ‘피가 마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디자인을 바꾸는 과정에서 재단사들과의 심리전, 재킷을 다시 제작할 시간이 없어 락카 스프레이로 색을 입히는 장면 등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실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하다. 하지만 독창적인 상상력과 패션에 대한 고집 등은 프랑스가 왜 패션의 나라인지를 설명하는데 모자라지 않다.
‘미라클 벨리에’와 ‘마리이야기: 손끝의 기적’(이하 마리이야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욱 진한 감동을 전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폴라(‘미라클 벨리에’)와 보고 들을 수 없는 소녀 마리(‘마리이야기’)가 각각 음악과 수녀 마가렛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성장스토리다.
프랑스 영화의 대거 등장은 3년 전 개봉한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의 성공의 영향이 크다. 당시 이 영화는 다양성영화로는 드물게 17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에서 개봉된 프랑스 영화 중 최다 관객 동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언터처블’이 프랑스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수입영화사 수키픽처스의 김미현 팀장은 “상영 중인 프랑스 영화에 액션 영화는 없다”며 “할리우드 영화처럼 빠른 전개와 편집은 없지만 한 템포 쉴 수 있는 코믹적 요소가 프랑스 영화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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