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달에 유니콘도 산다" 180년전 뉴욕 선紙 당당한 거짓 기사

입력
2015.08.25 04:40
0 0

1835년 8월 25일, 창간한 지 2년 된 반타블로이드 신문 ‘뉴욕 선’에 ‘위대한 천문학적 발견’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달에 토끼만 사는 게 아니라 유니콘과 두 발 달린 비버, 박쥐처럼 생긴 털북숭이 조인(鳥人)도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신문은 불티나게 팔렸다. ‘뉴욕 선’은 8월 31일자까지 연 6일간(30일은 휴무)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동물뿐 아니라 지질 식물 풍경 등 한 마디로 ‘달의 모든 것’을 소개했다. 거대한 분화구가 있고 자수정 기둥들이 즐비하고, 푸른 강물이 흐르고, 낯선 풀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그럴싸한 삽화들(사진)도 첨부됐다.

독자 대다수가 그 보도를 믿었다고 한다. 당시 뉴욕 선은 익살스러운 문체와 재치 있는 소재로 명성을 얻곤 있었지만, 경찰 법원 관련 진지한 뉴스를 주로 보도하던 신문이었다. 문제의 기사 역시 진지했다. 천왕성을 발견한 윌리엄 허셜의 아들로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던 존 허셜(John Herschel, 1792~1871)이 ‘에딘버러 과학저널’에 발표한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의 그 기사는 앤드루 그랜트 박사라는 이에 의해 쓰여졌다. 심지어 예일대 과학위원회조차 반신반의하며 ‘저널’원본을 구해 오라며 직원을 뉴욕으로 출장 보낼 정도였다고 한다.

‘뉴욕 선’이 그 모든 기사가 허위라고 실토한 건 보름 뒤인 9월 16일이었다. 과학의 이름으로 떠들어대는 허무맹랑한 공상들- 예컨대 과학자이자 신부였던 토마스 딕 경(Reverend Thomas Dick)은 그 무렵 자신의 베스트셀러 저서에 “달에 42억 명이 살고 있다”고 썼다고 한다- 을 풍자하기 위해서였다는 거였다. 에딘버러 저널은 물론 실존했던 잡지지만 연전에 폐간했고, 허셜 박사는 천문관측소를 세우기 위해 1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나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기사의 필자는 리처드 애덤스 로크라는 캠브리지대 출신 기자였다.

‘Great Moon Hoax(엄청난 달 장난)’라 불리며 전설이 된 ‘뉴욕 선’의 저 장난과 당당한 자백에 독자들은 항의는커녕 또 한 번 유쾌해 했다고 한다. 뒤엉킨 (과학적)상상과 (문학적)공상이 갈라서는 자리에 저 저널리즘의 풍자가 있었다.

1부에 1페니짜리 ‘페니 페이퍼’였던 ‘뉴욕 선’은 이후로도 승승장구해 1860년대 말 발행부수가 13만 부에 달했고, 87년 석간 ‘이브닝 선’도 발행했다. ‘뉴욕 선’은 1916년 매각된 뒤 ‘뉴욕 프레스’와 통합됐고, 석간은 50년 ‘뉴욕 월드 텔레그램’과 통합됐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