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엔 손님 끊긴 지 오래"
SNS선 "정부는 뭘 하는가" 아우성
상하이종합지수가 8년만의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증시가 주저앉은 2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시내 증권사 객장 여기저기에선 투자자들의 한숨 짓는 소리가 가끔 들려올 뿐,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롤러코스터 장세를 탄지 오래인 증시를 객장에 나와 지켜보느니 차라리 투자한 돈을 잊고 생업에 열중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이다. 돈이 떠나고 있는 증시에서 사람마저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형국이다.
베이징(北京) 중심가의 중국국제금융(CICC) 증권사 젠궈먼와이(建國門外)영업점에선 이날 오후 장 마감까지 직원 2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계좌를 개설하거나 투자를 상담하기 위해 찾는 손님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직원은 “고객들이 객장에 발을 끊은 지 오래됐다”라며 “뚝뚝 떨어지는 시장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 속만 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이날 하루 종일 손실을 안타까워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사연이 이어졌다. 자신을 소셜미디어 전문가로 밝힌 한 투자자는 AP통신에 “세상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며 “지난 4월에 5만위안을 증시에 투자했는데 이 중 절반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민은 “이제 어느 누구도 상승장이 돌아올 것이라 믿지 않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무전문가인 루씨는 “지난 1분기 때 소유하고 있던 주식 가치가 25만위안까지 치솟았다”라며 “하지만 6월부터 장이 주저앉으면서 이 돈이 몽땅 사라지고 추가로 15만 위안을 잃었다”고 밝혔다. 웨이보에선 “정부는 뭘 하는가” “주식 시장이 이제 생명을 잃었다”와 같은 낙담한 말들이 오갔다.
신화통신도 항저우(杭州)의 증권사 영업점에서 긴 의자에 몸을 누인 채 낮잠을 자고 있는 투자자의 사진을 내보내며 생명력을 상실한 중국 증시의 현실을 보도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인근의 분위기를 소개한 언론들의 시각에도 새파랗게 질린 투자자들의 모습이 여실히 담겨있다. 시내 객장을 찾은 한 투자자는 “더운 날씨를 피해 객장을 찾는 노인들이 있을 뿐, 실제 투자를 하거나 시장을 점검하겠다고 나오는 사람들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