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전쟁 2라운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 산하의 기존 롯데면세점과 벌일 진검승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세청은 오는 9월 25일 서울 3개, 부산 1개 등 총 4개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접수를 마감한다.
롯데면세점 본점(소공동)과 월드타워점(잠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신세계의 부산 조선호텔면세점이 올해 말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면세점 특허가 10년마다 자동 갱신됐지만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5년마다 경쟁 입찰로 변경됐다.
신세계와 현대는 면세점에 입찰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신세계와 현대의 면세점 입찰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가 조심스러운 것은 그만큼 이번 면세점 전쟁의 여파가 크다는 방증이다.
지난 7월 결정된 면세점 신규 사업 경쟁은 이번 싸움에 비하면 오픈 게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규 사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싸움은 기존의 상권을 빼앗는 '승자독식 전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2014년 기준 롯데 소공점은 매출 1조9,763억원·월드타워점은 4,820억원이나 된다.
▲ 신세계, 2조 게임
신세계는 7월 신규면세점 경쟁에서 신세계 본점을 면세점 예정지로 확정하고 전력투구했지만 사업진출에 실패했다. 가장 큰 패인은 롯데면세점과 겹치는 상권이었다. 당시 신세계가 신규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건 이유는 서울에서 면세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롯데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가 만만해 졌다. 롯데 오너일가의 '형제의 난' 이후 롯데 불매운동 등 반 롯데 전선이 시민단체에서부터 정치권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서울 면세점 진출을 꿈꾸던 신세계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소공동 롯데면세점이 가지고 있는 특허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업계의 지형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2조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싸움에서는 '범삼성가'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7월에는 신라면세점이 경쟁자였지만 이번엔 최소한 '호의적 중립'이다. 신라면세점은 이번 기회에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 현대, 5,000억 쟁탈전
현대도 면세점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현대는 최근 수도권 최대 규모인 판교점 오픈에 주력했다. 이제는 면세점으로 다시 무게 중심을 옮길 만한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현대는 7월 삼성동 코엑스 무역센터점 2개 층을 리모델링하고 고품격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도 코엑스 점이 유력하다. 승리만 하면 인근의 잠실점 수요를 빼앗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유통업계 빅3 중 유일하게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보자. 라이벌 롯데가 흔들리는 시점을 경쟁자인 현대가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 소공동 잠실 모두 잃을 수도
유통 업계 넘버원 롯데는 현재 사면초가다. '형제의 난'에 이어 '일본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싶지만 오너일가의 경영권 쟁탈전은 장기화 될 조짐이다. 당장 이번 면세점 사업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가장 큰 약점은 '롯데홀딩스'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일본에 바치는 구조에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는 국면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악재만 줄줄이 터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또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자칫 롯데그룹 자체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유통관련 전문가 A는 "'형제의 난'이 장기화 되면 최소한 한 곳, 대처를 잘 못하면 두 곳 모두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롯데에 강점도 있다. 지난 35년간 켜켜이 쌓아 올린 관세청과의 인연을 무시할 수 없다. 롯데면세점 측은 "특허권을 잃을 경우 9,000여명의 직원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만큼 입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준기자 doorian@sporbiz.co.kr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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