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공포영화 '오피스' 개봉 앞둬
종횡무진이다. 방송과 영화를 오가는 모습이 활동적이고 공포영화와 멜로드라마, 예술영화에 두루 얼굴을 비추는 활약도 인상적이다. 5세 때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뒤 꾸준히 영역을 넓혀 온 고아성(23)의 성장기는 아역 출신 배우들에게 모범이 될 만하다. 공포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의 개봉(내달 3일)을 앞둔 그를 24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피스’는 한 직장 사무실을 배경으로 살풍경을 펼쳐낸다. 살인적인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회사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담았다. 착실한 직장인이었다가 가족을 살해하고 사라진 김병국(배성우) 과장의 묘연한 행방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의 살벌한 직장 문화를 해부한다.
고아성은 온갖 수모를 견뎌내다 사무실 내 연쇄살인극에 휘말리는 인턴직원 이미례를 연기했다. 실제 나이에 잘 어울리는 역할이다. 고아성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듣기도 했고 밤에 광화문 앞 카페에서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관찰하며 배역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들의 너무나도 무표정한 얼굴에 놀랬다”고 했다. “감독님이 출연 제의를 할 때 만화책 ‘미생’ 전권을 선물해줬다’며 “‘미생’은 직장 동료들 사이의 인간적인 끈끈함을 묘사하나 ‘오피스’는 정반대의 내용”이라고도 밝혔다.
‘오피스’는 지난 5월 열린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의 특별상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효과음을 첨가하고 재편집해 국내 관객과 만난다. 고아성은 “확인 차원에서 최근 영화를 다시 봤는데 (무서워서) 소리 지르느라 바빴다”며 웃었다.
고아성은 “미례의 자존감과 열등감, 회사에서 느낄 압박감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자존감 열등감 등을 묻자 그는 “배우는 자존감과 직결되는 직업”이라며 “일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동네 슈퍼 아주머니도 마주치기 싫다”고 말했다. “(최근 큰 인기를 얻은 TV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촬영 중일 땐 매일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기분이었으나 (제작 중인) ‘오빠생각’에서 연기할 때는 자존감이 바로 낮아졌다”고도 했다.
“지난 출연작에 대한 평가도 매 순간 달라져요. 케이블채널에서 예전 출연작 보면 ‘왜 저렇게 연기했지?’라는 후회를 하기도 해요. 한 작품을 끝낸다고 아주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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