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기관 사업참여 공문 누락
행정처리 미숙 지적에 괘씸죄
시 “규정따른 정상행정”해명
충남 천안시가 행정미숙을 지적한 시 위탁기관에 대해 엄청난 양의 자료를 요구하는 등 치졸한‘보복행정’을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천안시 등에 따르면 최근 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올해 사업운영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자료제출 요구 공문에 센터의 효율화 및 사업 안정성과 연속성, 예산지출의 적정성 등을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시는 센터 측에 사업명과 주요사업·추진횟수, 예산액, 지급액, 참여인원, 지출내역, 지급대상자, 참여자 명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센터의 사업별 참석자 7,900여명의 명단과 주소, 참여일자까지 명시토록 했다.
시의 이 같은 업무 내역 요구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전 직원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1주일 이상 매달려도 작성하기 어려운 분량이다.
센터측은 이에 대해 지난달 행정미숙과 거짓해명을 지적한 것에 대한 ‘괘씸죄’로 시가 지도점검을 명분으로 보복성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 천안시는 여성가족부의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업무를 일원화한 ‘가족지원서비스’사업 참여 신청과 관련,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사업 신청과 관련한 공문을 2차례나 보냈지만 건강가정지원센터에는 전혀 알려주지 않아 고의성 논란이 일었다. 두 위탁기관은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모두 탈락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일자 천안시는 뒤늦게 해명에 나섰으나 해명마저 지역언론에 의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며 망신을 당했다.
센터 측은 “여성가족부가 매년 전국 151개 센터를 대상으로 종사자 채용관리나 직원복무상황, 예산회계관리, 사업운영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천안시의 같은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보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의 센터들은 이미 7월과 8월에 점검을 받고 있고, 천안도 지난 6월 같은 내용의 점검을 마친 상태다.
센터관계자는 “시에 불만을 제기한 이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요구내용이 이처럼 광범위한 공문은 충남지역 10개 센터에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는 관련 조례와 규정에 따라 지도점검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점검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연초 담당자가 바뀌어 업무점검차원일 뿐 보복행정은 아니다”라며 “위탁기관이 이 정도의 자료요구조차 불만을 제기하면 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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