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마라나타 침례교회 성경교실은 일요일이던 23일 무려 700여명의 사람들로 북적댔다. 간에서 생긴 암이 뇌로 전이됐다고 사흘 전 공개한 91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몰린 인파였다. 카터는 퇴임 후 30여년 간 매주 일요일 이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쳐왔는데 평소 참석 인원은 40여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람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어 카터는 이날 교회에서 1차로 460명에게 설교를 하고, 인근 고등학교에서 나머지 사람들을 상대로 2차 설교를 해야 했다. 카터는 ‘사랑’을 주제로 “우리는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면을 지금 공부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마태복음 5장 구절을 읽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카터는 특히 1978년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중동 평화협상과 1994년 방북 사실을 거론하며 “중재가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짐이 무거우면 주께 도움을 청하라’는 말씀은 익숙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 말씀을 전한 사람이 카터 전 대통령이어서 더 강력하고 인간적으로 와 닿는 의미가 컸다”고 전했다. 카터는 평소처럼 편안하게 미소 짓는 인상이었으며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과 일일이 사진촬영에도 응했다.
암 투병에도 불구하고 평상심을 잃지 않는 카터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23일자 사설에서 “품위 있는 전직 대통령의 귀감”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카터 전 대통령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또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나에게 어떤 일어나더라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돼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그가 퇴임 이후의 활동을 통해 보여준 품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카터 전 대통령은 중동문제와 다른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견해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며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과 견해를 달리한 사람들조차도 그의 명예로운 삶과 그가 만들어놓은 전직 대통령 상을 칭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호화로운 기념도서관을 짓거나 연설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벌지 않고 실질적이면서도 시민정신에 기반한 캠페인을 벌여나갔다”며 “특히 민주주의를 해외에 전파하고 저개발국의 질병을 퇴치하는데 노력해 생명들을 살리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암 치료 과정을 통해서도 ‘조용한 용기’의 모델을 보여줬으며, 이는 현재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그는 여전히 11월 네팔에 가서 국제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부인과 함께 낚시를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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