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달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기념일(전승절)’행사 때 중국 방문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행사 기간 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급진전될 것이란 기대는 뒤로 연기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4일 이같이 밝히고 “국회 상황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며 내부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상황이란 내달 27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안에 참의원에 계류중인 집단자위권 안보법안을 처리하려는 아베 정권의 구상을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당초 전승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3일 열병식에 참석하지는 않되 2일이나 4일 등 전승절 전후로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3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라 해석했다. 아베 총리가 전승절 행사가 군사적 색채가 강해 미국이나 유럽 각국 정상이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을 고려해 이들 국가와 보조를 맞추기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서유럽 각국에서는 열병식 자리에서 군사력 확장에 나선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용을 지켜보는데 대한 저항감이 적지 않고, 아베 총리도 같은 기조에 응하는 차원이란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NHK에 출연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이 행사가 이른바 반일(反日)적인 것이 아니고 융화적인 행사가 되는 것이 전제가 아니겠냐”고 언급한바 있다. 결국 이번 방문을 포기한 것은 9월말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내각 지지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중국과 여러 현안이 있기 때문에 정상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1월에 필리핀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를 활용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의 방중 보류로 베이징 현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도 무산됐다. 일본 내에선 아베 총리가 방중할 경우 전승절 참석 의향을 밝힌 푸틴 대통령과의 러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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