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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몸 안의 외계

입력
2015.08.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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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나서 찍혀 나온 사진을 본 적 있다. 별다른 병증이 없어서였을까.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의사의 개략적인 설명을 건성으로 들으며 한참을 골몰해서 들여다봤다. 누구에겐 징그럽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종유동굴의 한 부분처럼 보였는데, 몸 안에 저런 신비스런 ‘물질’이 담겨있다는 생각에 뒷골이 저릿해졌다. 누군가, 몸 밖에선 만날 수 없는 또 다른 생명체가 천천히 등장해서 모니터 바깥으로 걸어 나올 것만 같았다. 입으로 삼킨 음식물들이 잘게 분해되어 저길 통과한다고 생각하니 늘 먹는 음식물마저 이물스러운 느낌이었다. 나의 내부이지만, 살아있는 동안 결코 가볼 수 없는 무한한 외부처럼 여겨졌다. 하도 골몰해서 바라본 탓에 의사에게 사진을 다운받아 갈 수 있겠냐는 말을 하는 것조차 까먹고 얼얼해진 기분으로 진찰실을 나왔다. 무슨 미지의 동굴 속을 잠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셨고, 늘 보던 범상한 풍경이 외계의 대합실 같았다. SF 영화에 곧잘 나오는 괴물들의 모델이 다름 아닌 피부를 벗겨낸 인간의 근골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끔찍한 그것들이 왠지 서글퍼 보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란 하늘에 맑은 햇빛. 빛 줄기에 등사되어 허공에 떠오른 내 몸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진짜 나는 나의 바깥에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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