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가범(69)씨가 25일부터 일본 도쿄 긴자의 니치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젊은 시절 미대 진학의 꿈을 접고 50세가 지나 작품활동을 시작한 ‘늦깎이’지만 서울미술대상전 우수상, 한국미술대전 특선, 한국미술작가 대상, 한국미술문화상 등 수상 경력에 빛나는 그의 작품을 일본 미술계도 눈여겨 본 것이다.
니치갤러리는 9월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를 “자연회귀에서 태어난 특유의 형상이 어떤 경우 향수 어린 작풍과 함께 추상공간 속에 심상(心象) 풍경을 표현해내고 있다”며 “화면 전체를 덮을 듯 펼쳐진 유채의 질감은 환상적이고 사계절의 향기에 실어 빛을 발한다”고 소개했다. 전시에는 지난 2월 세계일보 창간 기념 ‘오늘의 작가상’ 수상 후 마련된 서울시립미술관 기념전에 선보인 산과 자연 모티프의 반추상 ‘Dream’ 연작 35점을 모았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이 만들어내는 색채의 아름다움을 순색으로 표현했다면, 그는 화면 전체를 원색적인 이미지로 도포하여 물감의 아름다움을 낱낱이 드러내는 것으로써 순색의 의미를 확장한다”고 평했다.
젊은 시절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에 뽑히고도 집안 반대로 본선에 가지 못했고, 고교 시절 미대를 꿈꾸며 부모 몰래 화실을 다니다 들켜 결국 화가의 꿈을 포기한 김씨는 2000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뒤늦은 작가의 길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심정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 뉴욕, 독일 쾰른 칼스루에, 스위스 바젤, 홍콩 등에서 모두 18차례 개인전을 여는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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