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하반기 최고 기대작인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가 국내에 출시됐다. 그런데 애초 예상보다 저렴한 출고가가 눈길을 끈다. 최근 몇 년간 출시됐던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32GB 모델을 기준으로 갤럭시노트5의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다. 100만원에 호가하던 전작과 비교한다면 확실한 하향 조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갤럭시노트5의 이 같은 가격 정책은 최근 계속 되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위기론이 반영된 것이다.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제조사들은 파격적인 가격의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산 스마트폰이 형편없는 사양의 보급형 제품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점점 사양을 높이면서도 국내 제조사의 프리미엄 제품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치열하고 뜨거웠다. 너나 할 것 없이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프로세서 성능, 카메라 화소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제조사들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앞다투어 드라마틱한 성능 개선을 홍보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떤 제조사의 최신 스마트폰이 최고 사양을 갖췄는지가 초유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이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시들해졌다. 대부분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사양을 갖추면서, 성능 향상 곡선이 완만해진 것이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각 스마트폰의 성능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조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할 이유가 없어졌다. 점차 중저가 제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이에 대한 반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갤럭시A, 갤럭시J 등 다양한 보급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G4의 보급형 버전인 G4비트, G4스타일러스 등을 내세워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프리미엄 시장에 쏠려있던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져, 저가 제품부터 고가 제품까지 다양해지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바라보는 국내 제조사들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에 128GB의 대용량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갤럭시S6 엣지+의 경우엔 32GB 단일 용량만 출시한 상황이다. 비교적 고가인 대용량 모델을 제외함으로써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갤럭시 노트의 경우 기존 프리미엄 제품을 중저가 제품처럼 취급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분명 다른 접근이다. 이대로는 그간 힘들게 쌓아온 프리미엄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잃을 수 있다. 어차피 중국 스마트폰 수준의 가격 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면, 기존의 라인업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설픈 가격 경쟁은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애플은 대화면 제품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세계 점유율 확장에 한창이다. 이 와중에 국내 제조사가 어중간한 포지션을 취한다면 갈 길을 잃기 십상이다. 좋은 성능과 좋은 가격을 갖춘 중저가 스마트폰의 등장은 흐뭇한 소식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간 중저가 업체로 전락하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이미 해외 제조사들의 예가 많지 않은가. 현명하게 자리를 지켜야 할 때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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