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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티렉스] 유느님 활용 잘못된 예: 슈가맨을 찾아서

입력
2015.08.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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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포털사이트 연예면에 걸린 뉴스만 봐서는, 이제 막 첫 회 테이프를 끊은 ‘슈가맨을 찾아서(JTBC)’의 화제성이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방송이 그렇게 재미있었느냐 하면,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국민 MC’ 유재석의 사상 첫 종편 진출작이라는 사실 외에는 강한 흡인력을 찾기 힘들었다.

유재석의 첫 종편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jtbc의 '슈가맨을 찾아서'. 첫 방송 후의 느낌을 굳이 이야기 한다면 '다금바리를 넣어 끓인 잡탕찌개' 같달까?
유재석의 첫 종편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jtbc의 '슈가맨을 찾아서'. 첫 방송 후의 느낌을 굳이 이야기 한다면 '다금바리를 넣어 끓인 잡탕찌개' 같달까?

방송의 내용은 과거 히트곡 한 곡을 낸 후 소식이 끊어진 가수를 선정해서 찾아가고, 그 가수의 히트곡을 현재 아이돌 가수들이 재해석해서 리메이크한 곡을 부른 뒤 방청단이 승리팀을 뽑는 것이다. 유재석 팀과 유희열 팀이 각각 ‘원히트 원더’ 추억의 가수를 한 명씩 찾아내서 공연을 준비한다.

방송을 보는 내내 종전의 히트 예능프로그램들이 잡탕찌개처럼 마구 섞여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일단 예고편. 한 중국식당에 유재석, 유희열, 김이나, 채정안, 신혁 등 출연진들이 모여서 잡담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처럼 담아냈다. 그런데 이런 ‘프리퀄’은 전에도 있었다. ‘꽃보다 할배(tvN)’나 ‘삼시세끼(tvN)’가 시작하기 전 나영석 PD가 출연진을 모아서 설득하고 이야기하는 섭외 과정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추억의 가수를 선정해서 찾아가는 과정, ‘추적맨’의 활약 부분은 과거 ‘TV는 사랑을 싣고(KBS)’에서 첫사랑을 찾아가던 과정과 판박이다. 업계에서 완전히 연락이 끊긴 연예인들도 아닌 것 같고, 소속사 확인해서 전화 한 통하면 끝날 것 같은 가수 찾기 과정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아이돌 가수들이 선배들의 노래를 재해석해서 공연하는 부분은 ‘불후의 명곡(KBS)’ 한 장면 같다. 다만 선배 가수의 무게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차이점이다.

‘90년대 히트곡’, ‘유재석의 환호’라는 관점에서 보면 ‘무한도전(MBC)’의 ‘토토가’ 느낌도 강했다. 유재석이 ‘눈 감아 봐도’의 주인공 박준희에 대해 지나치게 신이 나서 노래 분위기를 깰 정도로 리액션을 하는 장면에서 특히 그랬다. 판정단 11명의 이름이 ‘영일레븐(199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던 KBS의 가요 쇼프로그램 이름)’이라는 점도 향수를 자극하는 ‘토토가’ 느낌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란 게, 아무래도 종전의 히트 작품들을 참고해서 만들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너무 대놓고 조금씩 가져다 쓴 것 같은 느낌은 연출의 역량 부족, 혹은 ‘좋은 건 다 해 보자’는 ‘과욕이 부른 참사’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예능 최고의 캐스팅이라 할 만한 ‘유재석+유희열’의 조합을 이렇게 쓰는 건, 그야말로 다금바리 가져다가 잡탕찌개 만들어 놓은 느낌이다.

세상에 쓸데 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이 프로그램 앞으로 어떻게 난관을 헤쳐갈지 좀 걱정이 된다.

제일 큰 우려는, 한국 가요계에 화제가 될 만한 ‘원히트 원더’가 그렇게 많았나 하는 걱정이다. 이 프로그램 첫회를 보는 내내 ‘내가 기억하는 원히트 원더’를 일단 꼽아봤다.

1990년대 초반 박준희(눈 감아 봐도) 외에 또 다른 미녀가수였던 원준희(사랑은 유리 같은 것)가 떠올랐고, ‘이별 아닌 이별’과 ‘일밤 몰래카메라’로 기억되는 이범학도 있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불렀던 이정현과 ‘슬픈 바다’의 조정현(둘 다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이름도 똑같이 ‘정현’이었다)도 생각난다. ‘하얀 겨울’ 불렀던 ‘미스터투’도 있었구나. 따지고 보면 ‘입영열차 안에서’의 김민우나 윤현숙이 있었던 그룹 ‘잼’도 원히트 원더에 가까울 것 같기도 하고.

히트곡 한 개를 남기고 사망한 안타까운 가수들도 있다. ‘시작되는 연인들’을 불렀다가 1990년대에 사망한 이원진이나 ‘내 눈물 모아’를 불렀던 서지원 같은 가수들도 색다른 방식으로 구성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과연 원히트 원더 가수가 방송을 길게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많을까? 게다가 1990년대 가수라면 유재석-유희열 등 출연진이 모두 기억할지 모르지만, 그 이전 시대의 가수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텐데. 그리고 90년대, 혹은 그 이전 시대 원히트 원더 가수들에 대해 지금의 어린 세대들이 오랫동안 공감하면서 방송을 지켜볼지도 의문이다.

'슈가맨을 찾아서' 방송 장면.
'슈가맨을 찾아서' 방송 장면.

‘슈가맨을 찾아서’라는 제목은 ‘써칭 포 슈가맨’이란 음악 다큐 영화에서 따 왔다. 이 영화는 미국의 로드리게스라는 무명 가수를 다루고 있다. 이 사람은 미국에서 앨범이 단 6장만 팔린 무명이라는데, 남아공에서는 그의 노래가 국민 가요가 되면서 슈퍼스타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가수를 접고 노동자로 고단한 인생을 살았던 주인공이 남아공에서 몇 만 명의 관중이 들어찬 콘서트장에 서서 감격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제작의도에서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스타 ‘슈가맨’을 찾아내서 무대를 꾸미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알고 보면 그 의도가 참으로 시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힘겨운 일상을 털고 가볍게 웃어보겠다고 TV를 켜서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이 그 의도를 가슴 깊이 이해하고 프로그램에 마음을 열어줄까? 첫 회를 지켜보던 나부터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학창시절 김준선과 박준희의 노래를 흥얼거렸던 바로 그 세대였던 나다. 그런 면에서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화’할지가 궁금하다.

방송칼럼니스트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

JTBC 매주 수요일 밤 11시

대한민국 가요계에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

★시시콜콜 팩트박스

1) 지난 19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 첫 회 시청률은 2.0%(닐슨코리아 기준)였다.

2) 고정출연자인 미모의 작사가 김이나씨는 ‘윤종신 회사’로 유명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2014년 작사가 저작권료 수입 1위에 올랐던 주인공이다. 잘 생긴 작곡가 출연자 신혁은 엑소 ‘으르렁’의 작곡가로 유명하다.

3) 판정단 ‘영일레븐’은 해당 노래(방송에서 리메이크되는 슈가맨의 히트곡)가 발표된 해에 태어난 일반인 11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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